가가 형사 시리즈 열 번째이자 마지막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이날까지 살아온 걸 후회하지 않아. 즐거운 기억도 많았다. 모두 네 덕분이다.
467p
나를 책의 세계에 빠지게 해 준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시리즈 중에 내가 가장 애정 하던 가가 교이치로. 10권의 책을 끝으로 그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뭔가 마음이 아프다. 항상 재밌었고, 항상 가슴을 울렸던 가가 시리즈가 끝나다니. 가가의 대학시절부터 신뢰받는 형사가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모두 봐 와서 그런가 책 속의 캐릭터임에도 실제로 아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쉬운 마음과는 별개로 작품 역시 나는 대단히 만족했다. 오랜만에 읽는 게이고 작품임에도 여전히 가독성은 뛰어났고 스토리의 개연성 또한 좋았다. 난잡하게 섞여 있는 사건들을 도대체 어떻게 엮어낼까 기대하며 읽었는데, 역시 마지막에 가니 단 하나의 포인트로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 지을 수 있었다. 옛날부터 사건과 사건을 연결 짓는 능력에 있어서 게이고가 월등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독서 짬이 쌓인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확실히 그 부분에 있어서 특출 나고, 그게 불패의 작가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는 가가의 팬이라면 모두 궁금했을 가가의 어머니에 대해 나온다. 가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고, 가가는 아버지랑만 교류했다는 것을 독자는 모두 알 것이다.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가가가 왜 니혼바시 서에 고집해서 근무했는지 그 이유가 나오고 <신참자>에서 마을 사람들의 사사로운 사건들을 해결해 주는 일 또한 어머니와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시리즈 전체를 종결짓는 책으로써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종국엔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게이고 작품의 메시지들과 비슷하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임에도 전혀 혼동이 없었다. 명확한 이유를 파악하긴 어려우나 현재와 과거를 미약하게나마 연결하고 있어서 현재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 이야기를 해도 전혀 뜬금없게 느껴지지 않았다. 과거의 이야기가 없다면 진행시킬 수 없는 스토리이기에 그렇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과거의 사건들이 이 스토리의 핵심이며, 현재의 사건들이 과거를 알 수 없다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책 속의 희생자들은 결국 가족애를 위해 진짜 희생된 사람들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그들은 죽어야만 했고, 살아서는 안 됐다. 처음에는 그 가족의 끈끈한 사랑 앞에 나는 감동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긴 하다. 우리가 아는 다른 살인들과 다를 바 없이 자기들을 위해서 타인을 죽인 거니까. 살인자에게 감동을 느끼다니 순간적으로 환멸이 느껴지기도 했다. 가가와 가가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에는 감동을 느껴도 아무렇지 않지만.. 책 속 다른 등장인물에게는 감동을 느끼는 게 약간 불쾌하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요즘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이 쏙쏙 읽혔다. 가가 시리즈의 마지막이기도 하거니와 게이고의 작품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나에겐 의미가 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