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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May 13. 2023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부조리에 대한 고찰 끝 보이는 무언가, 그것은 바로 시지프의 행복




나는 부조리에서 세 가지 귀결을 이끌어 낸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반항, 나의 자유, 그리고 나의 열정이다. 오직 의식을 활동을 통해 나는 죽음으로의 초대였던 것을 삶의 법칙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자살을 거부한다. 살아가는 나날 동안 줄곧 끊이지 않고 따라다니며 둔탁하게 울리는 이 소리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 이 소리는 꼭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왠지 모르게 내게 좌절과 비관의 상징이었던 알베르 카뮈. 그의 작품들의 내면에는 희망과 열정이 있지만, 그 외면에는 전염병, 살인, 자살 등 그 자체로 긍정적이지 못한 것들이 주를 이루기에 그런 영향을 받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시지프 신화』도 같은 관점에서 타 작품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부조리를 통해 자살, 죽음 등을 고찰해 전반적으로 밝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결국 그 길의 끝에는 인간의 자유와 열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조리를 다루고 있지만, 에세이인 만큼 지극히 개인적 주장과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에 카뮈가 '부조리'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그가 도출해낸 부조리에의 귀결 과정을 보며 독자 역시 그 과정을 흡수하고 자신에게 맞게 바람직한 치환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카뮈가 이해하는 부조리를 독자가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깊게 생각해 보면, 부조리라는 개념은 각자가 정의하기 나름인 추상적이고 개인적 영역의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부조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부조리는 다르겠지만, 부조리에 대하여 모두가 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명제가 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조리는 우리가 인식하든 말든, 발버둥 치든 말든 사라지지 않는다. 카뮈는 이 지점에서 부조리에 대한 고찰에 돌입한다.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조리는 죽음과도 같아진다.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이 두 절대 개념 앞에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인다. 그 존재를 있는 힘껏 거절하던가, 순응하고 앞으로 나아가던가. 전자는 바로 자살이고, 후자는 바로 희망과 열정이다.



카뮈는 자살을 부조리에 대한 저항으로, 그것과 함께 스스로를 파멸시켜버리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카뮈는 말한다. 자살을 거부하고 부조리를 인식하고 끌어안은 채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결국 부조리의 인식부터 희망과 행복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무거운 돌을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에서 우리는 그 무한한 육체 노동의 굴레 속에서의 고통에 주목하지만, 카뮈는 돌이 굴러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시지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의 원인에 자신을 위치시키며, 고통을 해방하고 재도약을 꿈꾼다. 이것이 바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에의 귀결인 반항과 자유, 열정이 아닐까.



쉽지 않은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실존에의 깊은 무게감이 녹아 있는 느낌이다. 실존을 고민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유들. 존재를 벗어난 실존을 지향하는 나에겐 강의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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