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읽는 호랭이 May 08. 2023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창작의 진수, 창의의 끝판왕


본 책은 총 8편의 중, 단편 소설이 실린 소설집의 형태로 테드 창의 첫 소설집이다. 아마, 국내에는 차기작인 『숨』이라는 소설집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떨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그때 읽게 되었고, 신선한 충격에 빠져 그 해 읽은 최고의 책 5권 안에 꼽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숨』 때와 마찬가지로 이 창의의 진수를 맛본 뒤, 알 수 없는 감정에 잠겨 있다. 흔히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 '창조'라는 개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소설가가 이닌가 싶다. 맹목적 감탄만 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난해하고 복잡하지만 무척이나 재밌는 그의 이야기들을 감탄사 이외의 글로 풀어내기엔 내 솜씨가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으로 구축된 망상'으로 8편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싶다. 망상 속에서나 가능한 거시적 세계관을 설정 후, 그 세계관의 설정이 너무나도 치밀하고 정교해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마치 현실에 일어날 것만 같은 생동감과 현실감을 준다.


8편의 수작 중 꽤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지옥은 신의 부재』와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다. 전자는 천사의 강림으로 인해 축복 내지 천벌을 받는 인간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후자는 아름다움의 인식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을 On/Off 할 수 있는 생체 기술이 개발돼 외모지상주의에 관해 치열한 논박을 벌인다. 이 두 작품을 배경으로 하는 '망상'은 그나마 우리도 해봤을 법한 그런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다. 우리가 해봤을 법한 그런 망상의 완벽한 구현을 보며, 창조에의 대리 만족을 경험할 수도 있다. 60 페이지 내외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중, 단편들이라서 독자들이 소설에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벽한 책이 아닌가 싶다.


경탄 이외에 내가 이 책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장 그르니에 『존재의 불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