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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Jun 10. 2023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객체적인 삶에 대한 비극적 이야기






제발 지치지는 말게. 안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 테니까.



121p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 삶을 사는 자는 그 삶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고통 속에 허덕이게 된다. 누군가 굴리는 무한한 수레바퀴에 맞춰 돌거나, 떨어져 깔리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선택지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가 기피해야 할 만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헤세는 돌려지는 수레바퀴 속의 삶이 아닌, 수레바퀴를 돌리는 능동적 삶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강한 클리셰 중 하나가 되어버린 상황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사회적 성공을 바라고 그것을 압박하는 부모, 아이의 내면보다는 외적 성과에 치중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교사나 스승들. 어린아이는 각자의 탐욕과 갇힌 식견이 만들어낸 수레바퀴에서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할 겨를 없이 같이 굴러갈 뿐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주체적 삶을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란 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신학교에 가 목사가 되는 것이 전형적 성공 루트였던 그 시대, 주인공 한스는 그 기대에 부응해 모두가 바라는 인물이 될 것만 같았으나, 그와 정반대의 인물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인물들, 하루하루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인물들을 마주하며 자신이 살았던 삶에 대한 회한과 앞으로 꾸려나갈 삶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 차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고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 사회와의 이질감이 전혀 없게 느껴지는 이 감상 속에서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허망함도 함께 발견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 루트는 정해져 있고, 수많은 아이들이 그 양지바른 루트를 밟고 사회의 유력 계층이 되려고 한다.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주체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성공 루트 중 하나로 교육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삶에 주체성에 대한 개인의 인식은 결코 교육만으로 고양시킬 순 없다. 타인이 길잡이가 돼줄 순 있으나, 결국 본인 내면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스스로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다. 기계적으로 학습된 주체성은 어느 순간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런 주체성은 나에게 벌어질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습득한 주체성은 나에게 벌어질 모든 일과 상황에 대한 대처가 즉발적으로 가능하다.



삶의 주체성이란 우리가 끊임없이 탐구하고 파고들어야만 하는 숙명적 고찰 대상이다. 개인이 성장하면 할수록 이 주체성에 대한 인식도 강화되어야만 한다. 나 역시 이런 주체성을 유지 또는 강화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하고 있다. 즉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절대 이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주체성에 대한 인식 그 자체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뒤바꿀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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