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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Jun 20. 2023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1, 2』

울어도, 분노해도, 기뻐도 웃고 있는 남자





모든 사람이 귀족처럼 행복할 수는 없지.






뮤지컬로 널리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우리에게 낯이 익은 『레 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파리』와 더불어 위고의 명작으로 손 꼽히는데, 저자 그 자신은 이 책이 가장 잘 쓰인 책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다크나이트 속 입이 귀까지 찢어진 것처럼 보이는 조커라는 인물의 외형적 모티브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그윈플레인이라고 한다.



주 배경은 17세기 영국으로, 귀족 사회가 만연하고 있으며, 그들은 어린아이들을 사고팔며 마치 애완견처럼 거늘인다. 흔히 우리는 애완견을 이쁘게 치장하거나 함으로써 그 존재를 과시하고는 하지만, 애완인(?)에게는 그 기준이 약간 다르다. 바로 최대한 우스꽝스럽고 괴물 같아 보여야 한다는 것. 그렇게 주인공 그윈플레인은 2살 때 팔려 입이 찢어져 '웃는 남자'의 운명을 떠안게 된다.



점차 시대적 윤리가 발전하면서, 인간을 사고파는 행위가 지탄받게 되자 그윈플레인을 데리고 있던 무리는 그를 유기해버리고 마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10살이었다. 하얀 평원을 하염없이 거닐다 얼어 죽은 여자의 품 안에 안겨 있던 눈이 먼 여자아이 데아를 발견하고, 우르스스라는 노인과 그의 동반 늑대 호모를 만나 같이 살아가게 된다.



총 1,000쪽가량의 분량이지만, 주요 서사는 꽤 간단한 편이므로, 장황하고 섬세한 묘사에 지루함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상류 사회와 하류 사회를 넘나들며 귀족과 일반 시민 사회와의 괴리감을 강하게 꼬집고자 하며, 행복한 결말인 듯한 슬픈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꽤 찝찝한 감정을 남긴다.



주인공이 무슨 이야기나 행동을 해도, 그는 그저 웃는 남자일 뿐이다. 분노, 슬픔, 기쁨을 토해내도 그는 괴물같이 웃고 있을 뿐이다. 역설적이게 그윈플레인의 진정한 이해자는 눈이 멀어버린 데아인 것이고, 그녀야말로 그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이다. 노래하듯 지저귀며 키워가는 그들의 사랑을 보며, 단순히 남녀의 사랑이 아닌 인간 그 자체의 사랑을 느꼈다.



고위 귀족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는 그윈플레인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들만의 부조리한 사회와 오만함을 꼬집으며, 귀족의 존재 자체가 하층민의 존재로 인해 유지될 수 있음을 강변하는 그의 모습은 비록 웃고 있었지만, 분노와 한으로 가득 찬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귀족들은 역시 그 내용보다는 그의 찢어진 입을 보며 비웃을 뿐이다.



세상의 윗물과 아랫물을 모두 경험한 그윈플레인의 최후 속에서, 여기도 저기도 결국 혼자서는 안식을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엿볼 수 있었고, 인간의 독립 불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누구도 혼자인 인간은 없다. 그 이유는 아마도 본질적으로 인간은 혼자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인간의 일차원적 단순함과, 자신의 영역 밖을 내다보지 못하는 경솔함과 오만함, 이 두 가지를 깨달은 괴물 같은 남자 그윈플레인에게서 겸손함을 배운다. 사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달성할 수 없는 그런 본능적 영역에서의 본질적 결함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런 불가피한 결함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게 또 인간 고유의 본질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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