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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Jul 03. 2023

조지 버나드 쇼 『인간과 초인』

철학이 가미된 유쾌한 희곡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저자가 니체의 초인 사상에 영향을 받아 쓰였다. 그 짐작이 나를 이 책으로 인도했다. 따라서 초인 사상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있다면 이 희곡을 더 깊이 있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인생관이자 철학이 녹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트와 재치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삼키는 독자들로 하여금 거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실소를 머금게 하는 장면들도 더러 나온다. 그렇다고 마냥 재미적 요소에 치우쳐 철학적 요소를 놓쳐선 안 된다.


기본적으로 이 희곡은 결혼이라는 큰 개념을 주제로  플롯이 진행되고, 그 아래에서 각각의 인간과 초인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그 결혼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초인 사상과 결혼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함이 마땅하다. 니체는 결혼이라는 행위를 초인을 탄생시켜야만 하는 남녀의 어떤 숙명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즉, 연애 결혼에 대한 개념은 철저히 배척하는 인물이다. 이런 배경 지식 아래 주연인 앤-태너, 조연인 바이올렛-헥터를 바라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초인의 삶을 위해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존 태너와 초인을 낳기 위해 초인과 결혼하려는 앤의 충돌적 가치관은 결국 '초인의 탄생'이라는 인간사를 아우르며, 존속시키는 철학 아래에 마음을 맞추게 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초인인 존 태너의 태도인데,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그의 인생관이 초인의 탄생 앞에 허무는 것을 보며 마치 세계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다. 또한, 초인과 결혼하고자 하는 앤이 인간에 대한 구애는 끊어내지 않고 어장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가진 초인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고 본다.


몇몇 후기를 보니, 낡아빠진 결혼관과 여성에 대한 그릇된 시선 등등에 대한 비판이 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감한다. 니체의 사상을 알고 있다면 마땅히 그 비판을 수용해야만 한다. 초인 사상은 도덕적이고 윤리적 인간에 대한 철학이 아니고, 인간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인을 위한 것이 아닌 승자와 정복자를 위한 것이다.


니체의 사상 자체가 도덕적/윤리적으로 비평하면 그다지 바람직한 사상은 아닐 것이나, 내 개인적으로는 철학이 도덕과 윤리를 표방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 잣대를 들이대서 다른 관점으로 얻을 수 있는 영감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니체의 사상을 좋아하고, 실제로 내 삶에 많이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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