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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Aug 02. 2023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1, 2』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삶의 의미



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을 가진 대작, 『안나 카레리나』를 이제서야 읽었다. 쉬이 시작하기 힘든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기에, 누구나 아는 작품이면서도 읽은 사람은 찾기 힘든 그런 종류의 작품이다.



이 첫 문장이 유명한 이유는, 그 자체로 삶의 진리를 품고 있음과 동시에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꿰뚫는 핵심적 문장임이 분명하다. 흔히, 유부녀의 불륜 이야기로 알려져 있듯, 가정에 대한 소설임과 동시에 행복과 불행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함의를 품고 있는 소설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가정보다 행복에 더 초점이 가 있다는 생각이며, 톨스토이라는 작가를 같이 생각해 보면 가정보단 행복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주인공인 안나는 도시적, 감성적, 파멸적 이미지를 품고 있고, 또 다른 주인공인 레빈은 시골, 이성적, 진취적 이미지를 품어 각 인물의 추락과 비상을 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찾아나가며 막을 내린다.



구성적/내용적으로 얼마나 뛰어난지는 내가 비평할 필요는 없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 독자들이 그 위대함을 노래해 왔기 때문이다. 난 이 두 주인공의 말로에 대한 개인적 해석을 해 보고자 한다.



 안나의 죽음과 레빈의 광명은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으려 했고, 찾았는지에 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나는 자신의 삶 자체를 남편 혹은 아들에 위탁해 그 의미를 찾으려 했다. 레빈은 정반대로, 삶의 의미를 끝없이 고뇌하며 내면에서 답을 찾아가려 애썼다. 그 결과, 안나는 타인에 의해 삶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어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고, 레빈은 마침내 그 답을 찾아 더 나은 삶을 기약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레빈의 이 철학적 고뇌가 친형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죽음에 대한 고찰의 달인인 톨스토이를 그대로 투영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지의 죽음을 통해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삶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그의 고뇌 속에서 삶을 진정으로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인간 본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레빈의 고뇌는 철학의 존재 이유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철학이란 단언컨대 인간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왜 왔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의 삶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을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하나의 철학서로 구분 짓고 싶다.



시골을 하대하는 도시 사람들의 오만함과 허울뿐인 귀족의 모습들과 같이 충분히 언급하고 다룰 가치가 충분한 것들이 많이 있다. 톨스토이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을 안다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양질의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삶의 의미에 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레빈과 같이 고뇌하고 찾아나가야 한다.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과정 속에서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그것을 감내할 만큼 값진 것일 것임이 분명하다. 설령, 죽는 순간까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한들 실패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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