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하동지 앞에서
경주 하동지 앞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 앉아 있다. 태풍이 지나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화창함 아래에서 저수지와 낮은 산봉우리들을 보고 있다. 대자연 앞에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나온 나에게 꿈꾸던 그런 광경이기도 하다.
앞에서 푸르른 숲에 핸드폰을 갖다 대며 사진을 찍으시는 아주머님 두 분이 보인다. 엄마, 아빠, 아들, 딸과 함께 온 가정도 보인다. 그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니, 각각의 행복이 보인다. 괜스레 나도 미소를 머금게 된다. 지금 이 시간, 내 시야에는 행복밖에 안 보인다.
햇살이 물 위를 내리쬔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짝지어 날아다닌다. 자그마한 오리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온갖 자극에서 벗어나, 무자극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정화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다시 떠올린다. 이런 내 모습과,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정화임이 틀림없다.
이런 곳에 앉아서 나 이외의 것들에 집중해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서 무언가 쓸려내려 가는 것을 느낀다. 내면을 파고들려 하지 않으니, 비로소 내면에 평안이 찾아왔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토록 쉽게 편안해질 수 있음을 깨달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치고 힘들 때 나는 이런 곳에서 시선을 외부로 향하게 하면 된다.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이번 여행에 함께 할 책 중 한 권으로 갖고 왔다.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내 염원이 나를 다시금 이 책으로 인도했다. 재차 마주할 문장들에 설렘을 느끼고, 이런 환경에서 새롭게 느껴질 그 내용들에 살짝 떨리기도 한다.
이렇게 다시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찬란하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