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읽는 호랭이 Aug 20. 2023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아직 현존하고 있지 못한 나에





존재는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2022년 1월 이 책을 처음 읽고 서평의 일부분에 이런 글을 썼다. '매년 한 번씩 반복 독서하며 스스로에게 물어야겠다. 과연 읽고 있는 지금은 현존하고 있나?' 1년 반이 지난 이 시점, 나는 아직 현존하는 데 서툴다. 아니, 완전 미숙했던 걸지도 모른다. 책을 다시 읽게 된 것 자체가 온갖 에고에 의한 고통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이었던 내용들이 지금은 꽤 구체성을 띤 문장들로 다가온다.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있어서 작년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마도, 내 인식적 성장과 더불어 내가 현존하는 데 철저히 실패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영적 가르침의 말이 때마침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시간의 개념을 거스르고 오로지 현재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 즉 현존하는 것이 그의 주된 가르침이다. 과거나 미래 같은 건 이차적으로 주체가 순간에 부여한 개념일 뿐이고 내가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이 순간밖에 없다. 현존의 개념이 꽤 쉽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생각 (이차적인 것) 없이 현존 (일차적인 것)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의 삶의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해탈의 경지로 바라보아야 그 가르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톨레의 가르침에 따르면, 현존하게 되는 순간 온갖 잡념은 사라지고 (에고의 소멸), 내면에 침잠하며 진정한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혼자 떠난 이번 여름휴가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거제도 바람의 언덕에서 혼자 앉아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맑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이라는 것을 중지함과 동시에 그 순간에 살아 있는 나를 느끼며 엄청난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현존의 만끽을 가능케 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떠올랐다.




현존에 대한 개념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지 않을 때 다가왔던 경험이라, 순수한 있음에 대한 체험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현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단지, 그 한순간을 통해 현존이라는 게 얼마나 행복으로 가득 찬 가슴 벅찬 상태인지 알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붓다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에고를 물리치고 현존의 생을 살아갈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내 존재 자체가 삶이 되는 현존의 삶을 추구해나가려 한다.




나를 덮치는 에고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판단 중지의 영역에 있는 '그런가?' 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의 정신을 잘 내면화시켜야겠다.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그것이 바로 에고다.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대한 결괏값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 에고가 먹고 자라는 양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생각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 상황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열정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현존하는 것이다.




다만, 힘없는 무저항의 상태랑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톨레의 가르침은 온전히 삶을 찬란하게 살아가겠다는 주체성에 기반하고 있다. 철저히 현존은 삶의 낙관에 기반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에 대해 더 깊은 차원의 사고를 가능케 한 소중한 책이다. 다른 책들에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웠다면, 이 책은 모든 것으로부터 발버둥 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현존하는 자세를 배웠다. 또다시 삶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작가의 이전글 김주환 『회복탄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