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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Aug 27. 2023

[서평] 나의 겁 없는 하이데거 도전기

박찬국 『하이데거 읽기』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란, 모든 존재자의 고유한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러한 존재를 마음껏 실현하도록 함으로써 그 존재자로 하여금 그 자신으로 존재하게 하는, 최대의 포괄적인 지평이다. 존재야말로 모든 존재자를 각각의 '자기'로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하는 것인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자는 존재의 관점에 서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존재의 관점에 서서 사태를 파악하려고 하는 철학이야말로 참된 자유와 해방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 깨나 공부한다는 사람들에게도 하이데거란 오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높디높은 산과 같다고 익히 들어왔다. 하이데거가 사유한 실존철학의 난해함은 그만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평정이 나 있는바, 초장에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읽기보다는, 체계를 찬찬히 살펴보고 살며시 깊게 파고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 계획 아래에서, 여러 가지 책을 살펴보았는데 꽤 괜찮아 보이는 입문서 몇 권을 발견해 차분하게 독파해나갈 생각이다.



그의 명성이 나의 도전 정신을 불사지른 것도 있지만, 역시 존재에 대한 물음은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난해한 문제 앞에 어떻게든 그것을 풀고 말겠다는 인간의 근본적 도전 욕구가 꽤 크다. 그렇게 그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한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하이데거 철학의 입문서 역할을 출중히 하는 책이고, 평소에 그의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읽어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꽤 체계적이고 충실해 보이며 초심자에게 꽤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내용적 측면에서 내가 서평에 쓸 수 있는 건 없다. 그의 철학에 대한 내 생각과, 내 삶에 녹일 점을 아직은 완벽하게 구축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데거가 인간은 어느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존재자의 시점이 아닌 철저히 존재의 시점에서 인간을 봤을 때의 떠오르는 몇몇의 특별한 특징들은 그 사유 자체만으로도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존재 물음이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 모든 철학의 필수 요소인 죽음에 대한 그의 견해는 꽤 흥미롭다. 불가피한 소멸인 죽음을 인간은 자신의 존엄과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자각하는 사건으로 정의하고, 그럼으로써 현-존재가 되고 진정한 자기가 된다는 것. 필연적 유한함을 마주함으로써, 현재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첫 책을 읽어 보니, 역시 그의 사유를 더 파헤치고 내 삶의 방식에 녹여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훗날의 하이데거의 사유를 많이 통찰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며, 나의 하이데거 도전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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