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하우스켈러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위의 인용문은 책이 시작되기 전 서문 바로 뒤에 놓인 단일 문장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책 전반을 꿰뚫는 것과 동시에 이 책이 가진 한계를 미리 해명하는 핵심적 문장으로 보인다. 한계라기보다는 독자의 기대치에 필연적으로 도달할 수 없고 결코 완결성을 띨 수 없는 소재를 택한 것에 대한 필수적 밑밥이기도 하다.
이 책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단 하나의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10명에 이르는 철학자, 소설가 등의 철학을 각각 소개하며 단지 그들의 관점을 소개 및 해석해 주는 정도의 내용이 전부다. 그런 면에서 제목이 꽤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의 역할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독자에게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순간이라도 독자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 누가 오더라도 당신의 인생이 왜 살아 마땅한 것인지 이야기할 수 없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철저히 당신의 삶을 바라보는 한 개인/타인의 견해일 뿐이다. 그러므로, 당신 스스로가 당신이 살아가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 어떤 이름난 위인의 철학을 따라간다 한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삶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여정 속에서 참고가 될 수 있을 만한 관점들을 알려줄 뿐이다. 통찰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들은 삶과 죽음을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 하지만, 그 역시 참고 도구로써만 우리에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역사적 존재로 개인이 살아온 시간과 그 환경에 의해 형성됐고, 그렇게 형성되어가다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 소개되는 위인들이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봤든 당신의 인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의 철학을 통해 당신이 삶과 죽음에 대한 어떤 인식과 관점을 갖기만 한다면, 그들이 세계에 남긴 위대한 유산은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당신이 할 생각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다. 그들 역시 각각의 역사적 존재로써 구축된 생각이고, 당신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10인의 위인들에 대한 기초 지식 및 작품을 잘 모른다면, 내용 이해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의치 말길 바란다. 앞서 말한 대로, 그들의 통찰을 통해 당신만의 통찰을 단 한순간만이라도 했다면 그것만으로 심오한 제목의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용기가 빛을 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는 당신만이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땐,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의 첫 출발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