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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Feb 25. 2024

[서평] 용기와 존재의 영적 스승들, 니체와 하이데거

박찬국 『니체와 하이데거』

요즘 하이데거와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 탐독하는 데 꽤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데, 서점에서 내 흥미를 끄는 또 하나의 다른 하이데거 서적을 발견했다. 니체는 실제 내 삶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준 철학자이기도 함과 동시에 하이데거 이전에 내가 탐독했던 철학자이기도 하다. 하이데거가 니체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은 것도 있고, 그의 서적 중 『니체』라는 서적이 있기도 하고, 두 명 모두 나치의 오명을 뒤집어쓴 공통점이 있기도 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용은 초기 하이데거와 후기 하이데거의 니체 해석과 다른 철학자들이 바라보는 니체와 하이데거의 사상적 관계, 그리고 그 둘과 나치의 연관성에 대해 지금까지 제기되어오고 있는 주장 및 저자의 주장 등을 다루고 있다.

내 얕은 지식으로만 판단해도, 니체와 하이데거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니체는 인간중심주의의 극단에 서 있는 철학이고 하이데거의 철학은 인간중심주의(존재자중심주의)에의 탈피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하이데거는 존재자 이전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 밑바탕이고 니체는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을 대상화하는 (심지어 존재조차도)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상극이라고 볼 수 있다.

니체는 강인한 자가 되길 바라는 열망에서 사상을 전개했고, 하이데거는 깨달은 자가 되길 바라는 열망에서 사상을 전개했다. 이 점에서 그 둘은 각자의 '더 나은 인간이자 존재자'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다고 본다. 권력의지 - 영원회귀 - 초인의 메커니즘으로 그 어떠한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자를 주창한 니체, 존재를 망각한 존재자의 존재 망각, 더불어 그 존재 망각조차 망각한 존재자가 마침내 그 존재의 본질에 닿고자 한 하이데거.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엄청난 공통점이 있다.

나치에 관련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치가 니체의 초인 사상을 주요 사상으로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연관성에서 비판을 받아오고, 하이데거는 참여 자체에 대한 비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그의 사상 자체가 나치와 연관되어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둘의 사상이 나치의 극단적 국가사회주의와 관계되어 비판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니체는 심지어 세계대전 당시 이미 죽은 몸이었고 그의 사상이 나치와 겹치는 건 귀족주의 정도밖에 없다. 하이데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대학 총장을 역임하고 국가사회주의 당에 입당하는 등 일부 가담 정황이 있으나 방관자로 보는 게 맞다. 오히려, 그는 본인의 사상을 실현할 역사적 기회로 히틀러의 국가 전복을 바라봤고, 나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니체는 험난하고 통제 불가능한 삶을 살아갈 나에게 사자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엄한 선생님과도 같고, 하이데거는 그런 치열한 삶 속에 내 존재의 본질을 끝없이 고민하고 침잠하라고 이야기하는 준엄한 선생님과도 같다. 그 둘은 용기의 선생님으로서, 존재의 선생님으로서 내 영적 스승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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