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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Oct 01. 2024

[서평] 실존주의'는'이 아니라 '도' 휴머니즘 아닐까

장 폴 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인간은 인간 스스로가 구상하는 무엇이며 또한 인간 스스로가 원하는 무엇일 뿐입니다. 인간은 이처럼 실존 이후에 인간 스스로가 구상하는 무엇이기 때문에, 또 인간은 실존을 향한 도약 이후에 인간 스스로가 원하는 무엇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과 다른 무엇이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실존주의의 제1원칙입니다.


33p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가장 명료하게 이해하기에 적합한 이 책은, 그 집필 의도부터가 그곳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와 기독교 종교주의자들의 사르트르 실존주의 비판에 맞서 그 자신의 사상을 주장하기 위한 강연이 바로 이 책이다. 옮긴이의 구분을 빌려 오자면 첫 부분은 실존주의 개론, 두 번째 부분은 당시 실존주의에 가해지던 주요 비판에 대한 반박, 세 번째 부분은 실존주의가 휴머니즘이라고 주장하는 자신의 이유,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자신의 사상에 가해지던 비판을 반박하며 사상의 근거를 밝히기 때문에 후대에 와서 그의 사상을 탐구하는 우리는 꽤나 고마운 토론과 논쟁이다.



 사르트르는 기존에 존재하던 휴머니즘을 고전적 휴머니즘으로 미뤄버리고 그만의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을 구축한다. '고전적 휴머니즘'이란 우선 인간을 목적으로 삼으며 최상의 가치로 삼는 이론일 터인데, 사르트르는 휴머니즘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인간은 스스로를 자신 밖으로 기투하고 스스로를 잃어버림으로써 실존하며, 그 목표 자체가 초월성을 띠고 이를 통해 인간은 이 '넘어섬'을 통해 인간의 주체성을 맺어주는 이 연결, 즉 초월성(넘어섬)과 주체성 간의 이 연결을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이라 칭한다.



 꽤 복잡하게 들리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휴머니즘이란 게 애초에 '사람을 위주로 한 사상'이 아닌가. 사르트르는 인간이란 본성은 없고 자유 아래 스스로 선택하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하는 자이다. 그런 사르트르에게 실존주의 자체가 '사람을 위주로 한 사상'인 것이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휴머니즘과 반드시 대척점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며, 애초에 모든 인간의 사상은 대부분 각자의 휴머니즘에 입각할 것이기에 그 사상이 휴머니즘이니 아니니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모순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이나, 니체의 초인 사상이나 받아들이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큰 틀에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넘어섬을 통해 인간의 주체성을 끝없이 밀고 나가는 실존적 삶과 자기 삶을 그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초인의 삶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이지 않는가? 그 둘 모두 실존주의자라고 불리긴 하지만, 결국 그들이라고 휴머니즘적이지 않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의 사상은 그들 나름대로 휴머니즘이라고 각자 정의하지 않았을까? 일단 그들 스스로가 인간이니까, 스스로를 우선시하지 않고 배척하는 사상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애초에 철학 자체의 근본적 의미와도 배치되는 것 아닐까? 나는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태도는 각자의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휴머니즘은 각자가 만들어낸, 선택한, 책임져야 하는 스스로의 삶의 태도와 도덕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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