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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독한 실존이 완성한 삶

존 윌리엄스 『스토너』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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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영문학과 교수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 존재를 지켜내는지에 대한 가장 조용한 증언이 담겨 있다.


많은 독자들이 스토너의 삶을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평가하려 하지만, 나에게 그 질문은 무의미하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시대와 환경을 마주했고,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려는 실존적 충실함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스토너가 지닌 단단함의 근원은 고독의 선택에 있다. 실존주의자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은 결핍이나 단절이 아니라, 자기 존재와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이다. 스토너는 타인에게 기대거나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내면을 채우는 고독을 구축해냈다. 그런 고독은 그를 외롭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의 압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토대이자, 조용한 수호신이었다.


보편과 상식이라는 이름의 외부 기준은 언제나 개인의 삶을 위협한다. 그러나 그 기준은 본질적으로 ‘타자의 것’이며, 스토너는 그것을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잣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명예, 인정, 관계의 안정 같은 사회적 성공을 좇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오직 자신에게 진실한 삶이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들조차, 그의 내면에서는 단 한 번도 실패가 아니었다. 그는 세계의 서사가 아닌 자기만의 서사를 끝까지 유지했다.


이렇듯 스토너의 삶에는 거대한 승리도, 극적인 영광도 없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충실함은 소리 없이 쌓여, 하나의 존재적 승리를 이루어낸다. 그는 타인의 기대를 살지 않았고, 타자의 기준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자기 존재의 방식으로 삶을 완성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패배나 소멸이 아니라 실존의 완성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책을 내려놓는 그의 모습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낸 생의 마지막 장을 스스로 덮는 고요한 순간이다. 그 고요함은 공허가 아니라 충만이며, 미완성이 아니라 완성이다.


『스토너』는 평범함 속에 숨은 실존의 품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토너는 영웅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끝까지 유지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삶 앞에서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모든 말은 무의미해진다. 그는 이미 자기 존재의 방식으로 충분히 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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