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블랑쇼 『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의 책은 언제나 다 읽고 나면 알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한다. 이 불친절에 가까운 불분명의 정수는 몇 번이고 속으로 곱씹어도 ‘아, 이거구나!’를 외치지 못하게 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모호함이 의도된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최후의 인간』은 죽음을 향해가는 한 인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인간 그 자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책을 덮은 뒤 우리는 주인공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주입받지 않는다. 대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잔여를 느낀다. 그 의미는 오로지 독자에게 열려 있으며, 블랑쇼는 의도적으로 그 공간을 비워 둔다.
나는 이 작품에서 인간과 사람 사이에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간극이 놓여 있다고 느꼈다. 사람은 이름과 관계, 기억과 서사를 쌓아온 존재다.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 반면 인간은 그 서사가 벗겨진 자리에서 드러나는 보다 근원적인 상태에 가깝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이야기로 환원되지 않는 열린 장이며, 수많은 가능성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 머무는 영역이다. 우리는 평소에는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 아래의 인간을 감지하게 된다.
『최후의 인간』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한 사람이 죽음을 향해가며 자신의 서사를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이다. 관계는 희미해지고 정체성은 흐려지며, 이야기는 더 이상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 붕괴의 끝에서 드러나는 것은 새로운 의미로 채워진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설명으로 봉합될 수 없는 어떤 빈 자리다. 그러나 그 자리는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모든 의미가 벗겨진 채 열려 있는 상태에 가깝다.
이 작품은 그 열린 상태를 독자에게 맡긴다. 인간의 의미를 정의하거나 결론짓는 대신, 의미가 끝내 고정되지 않는 경험을 체험하게 한다. 우리는 사람의 붕괴를 따라가며 인간의 층위를 감지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붙잡을 수는 없다. 다만 서사가 걷혀간 자리에서 설명되지 않는 잔여가 남고, 그 잔여가 오래도록 독서 경험을 지탱한다.
어쩌면 블랑쇼의 문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사람으로서의 우리가 익숙하게 붙들고 있던 이야기의 바깥, 인간이라는 열린 상태를 잠시 응시하게 하는 것. 『최후의 인간』은 인간의 의미를 가르치는 작품이 아니라 의미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자리에 독자를 세워 두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불확실한 자리에서 우리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체감되는 어떤 남음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