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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Jul 09. 2017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죽고 싶었던 순간들은 항상 내 삶 속에 있었어.


 대학교 첫 개강파티 날 술게임을 하는데 아무도 내 짝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을 때, 연인과 싸우고 미안하다는 말을 다섯번 넘게 꺼냈는데 돌아오는 건 우린 여기까지라는 말 뿐일 때, 해외여행을 나갔을 때였나, "음료수는 50센트에요."라는 말을 갑자기 못 알아들어서 3분 정도 "예?" 만 반복하고 돌아오던 길에, 아무도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는 토요일 저녁 자취방 위층에서 커플의 즐거운 소리가 들려올 때, 술을 진탕 먹고 진실게임 같은 분위기에서 친구가 내게 "넌 포기가 너무 빠른 스타일이야."라는 말을 했을 때, 여덟살때부터 아끼던 컵이 무릎 높이에서 떨어지더니 산산조각이 났을 때, 학사경고를 받았을 때, 한동안 잠잠하던 모임이 사실은 나 빼고 멀쩡히 굴러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때, 그런 순간들.


 그럴 때마다 난 네게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이유들을 댔고, 처음 그런 말을 했을때 위로해주면서도 다소 의아한 티를 숨기지 못하던 너는, 나와 꽤 친해지고 나서는 "뭐 그런걸로 죽니?", "너무 예민하다." 라고 받아치곤 했지. 그래. 너를 지겹게 만든 내 잘못이 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어디론가 빼내주지 않으면, 내 안의 생각들이 너무 커져서, 정말 죽고 싶어질까봐, 그리고 너의 "보통 사람들은 그런걸로 죽고 싶다고 생각 안해."라는 말이 내겐 너무 큰 위안이 되어서, 내 생각은 정상인의 것이 아니고, 그래서 정상인인 네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자꾸 네게 죽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뿐이야. 쉽게 말하면, 너의 "그런 생각하지 말아." 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자꾸 같은 말을 했던 거야.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이유가 뭔지 알겠지? 그래. 며칠 전에 네가 나와 다투면서 했던 말, "그렇게 죽고 싶으면 진지하게 죽는 방법을 알아보는 건 어떠냐." 라는 말. 그리고 그 말에, 죽는 게 너무 무서워서 못 죽는 것 뿐이라는 말에, "너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죽지 않아."라고 했던 말. 그 말에 대해서 뒤늦게 대답하고 싶어서, 내 생각을 늘어놓는 중이야.


 정말이야. 목에 줄을 매달았을 때 숨이 턱 막혀오는 감각이라거나, 감전이 되었을 때 느껴질 고통,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온 몸이 박살나는 느낌, 해열진통제를 500알쯤 먹었을 때 서서히 희미해지는 의식 안에서 할 수많은 고뇌. 난 자꾸 그런 것들을 상상하고, 그런 것들을 지나야지만 내게 죽음이 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음까지 가기 위해 그것들과 마주할 자신이 너무나 없어서, 그래서 죽을 자신이 없어. 죽음이 정말 컴퓨터 스위치 같았더라면, 주저 없이 버튼을 한 번 눌렀을 때 찰나의 비프음과 함께 내 인생이 끝이 난다면, 그렇다면 난 당연히 죽는 길을 택했을 거야.


 죽음을 두려워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말. 난 그렇게 생각해. 어두운 길을 갈 때, 귀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잖아?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 자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죽음이 지닌 공포감에 몸서리치는 이유는, 죽음이 내 삶 속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인 거 아닐까. 보통 사람들은 죽는 걸 생각하지 않지.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거고.  하지만 난 그래. 죽음을 생각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은 폭풍처럼 일어나. 그렇게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죽음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내 삶 속에 죽음이 꽤 많이 들어와 있어서,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


 그냥, 네게 이런 말들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 마음먹었던 것은 

ウミネコが桟橋で鳴いたから
갈매기가 부둣가에서 울었기 때문이야 

波の随意に浮かんで  
물결에 밀리는 대로 떠올랐다가 

消える 過去も啄ばんで飛んでいけ
사라지는 과거나 쪼아 먹고 날아가거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 마음먹었던 것은 

誕生日に杏の花が咲いたから 
생일날에 살구꽃이 피었기 때문이야 

その木漏れ日でうたた寝したら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에 선잠이 들면,

虫の死骸と土になれるかな
벌레의 껍질과 흙에 익숙해질는지. 

薄荷飴 漁港の灯台  
박하사탕, 항구의 등대. 

錆びたアーチ橋 捨てた自転車
녹슨 아치교, 버린 자전거 

木造の駅のストーブの前で 
나무로 지어진 역의 난로 앞에서,

どこにも旅立てない心  
아무데도 여행을 나설 수 없는 마음 

今日はまるで昨日みたいだ 
오늘은 마치 어제만 같다.

明日を変えるなら今日を変えなきゃ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만 해 

分かってる 分かってる けれど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 이미 알고 있어. 그래도...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心が空っぽになったから
마음이 텅 비어버린 탓이야 

満たされないと泣いているのは 
채워지지 않는다며 울고 있는 것은, 

きっと満たされたいと願うから 
분명 채워지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이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 마음먹었던 것은 

靴紐が解けたから
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이야 

結びなおすのは苦手なんだよ 
매듭을 고치는 건 서투르단 말이야. 

人との繋がりもまた然り 
사람들하고의 관계도 똑같이 서툴러.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 마음먹었던 것은 

少年が僕を見つめていたから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야 

ベッドの上で土下座してるよ 
침대 위에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あの日の僕にごめんなさいと 
그 날의 나에게 미안하다며. 

パソコンの薄明かり  
컴퓨터의 희미한 불빛, 

上階の部屋の生活音
위층의 방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 

インターフォンのチャイム音 
인터폰의 차임벨소리, 

耳を塞ぐ鳥かごの少年 
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년. 

見えない敵と戦ってる 六畳一間のドンキホーテ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단칸방의 돈키호테 

ゴールはどうせ醜いものさ 
결승골은 어차피 추악한 거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冷たい人と言われたから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愛されたいと泣いているのは  
사랑받고 싶다며 울고 있는 것은, 

人の温もりを知ってしまったから
사람의 따스함을 알아버렸기에.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마음먹은 건, 

あなたが綺麗に笑うから 
당신이 아름답게 웃기 때문이야 

死ぬことばかり考えてしまうのは 
오로지 죽을 궁리만 생각하고 마는 것은 

きっと生きる事に真面目すぎるから 
분명, 산다는 것에 너무 진지한 탓이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 마음먹은 것은, 

まだあなたに出会ってなかったから 
아직 당신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あなたのような人が生まれた 世界を少し好きになったよ 
당신 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어. 

あなたのような人が生きてる 世界に少し期待するよ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에 조금은 기대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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