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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ance

by 이이육

나른한 오후 네시 쯤 잠에서 깨어 창문으로 범람해오는 노을빛을 보았다.

문득 빛은 끌어당기는 속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블라인드를 하지 않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빛을 본 영혼은 잠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날벌레들은 죽을 줄 알면서도 빛나는 물체에 달려든다.

칠흑이 뒤덮은 광야에서 여행자는 북극성을 보며 희망을 따른다.

새벽 작업의 고단함을 실은 고깃배는 등대를 보며 쉼터를 생각한다.


잔류할 뿐인 나의 삶에는 언제부턴가 그런 빛이 없다.

살아가는 의미라거나 그런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느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그 정도의 빛이 나의 삶에는 없다.

그런 빛이 부재한 나의 삶은 아무 쪽으로나 의미 없는 움직임을 할 뿐이다.

의미 있는 움직임이란 어떤 것으로든 닿을 만한 움직임을 뜻하는 것이다.

어느 곳으로도 향할 수 없는, 하지만 살아 있다는 반증의 움직임만을 반복할 뿐인 삶이다.


어느 의미 있는 움직임을 있게 하는 빛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 영화 "빛나는" 후기를 작성하다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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