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에 항상 지나치는 국수집이 있다. 열 시에 시작하고 열두 시에 끝나는 수업, 그리고 그다음 한시 반 수업이 있는 날, 멀리 가기 애매한 그런 날에 항상 들르는 국수집이 있다. 마치 외할머니 같이 푸근한 웃음과, 더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도 계속 먹을 것을 권하는 그런 사장님이 장사를 하시는 국수집이 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나, 우산을 쓰고 가다가 원래는 친했지만 이제는 어색해진 친구가 우산 없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우산을 선뜻 씌워줬다가,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어색한 제안에, 오후 네시 반이라는 애매한 시간에 증기가 모락모락 한 처음 보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불편한 침묵과 근황 탐색전, 그런 탈출 욕구를 동하게 하는 한증막에 앉은 나와 그 친구의 사이에 사장님은 푸짐한 국수를 턱 내려놓으셨는데, 그 국수가 너무 양이 많았고,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아서 거의 남기고 말았더니, 삼촌은 국수를 싫어하나? 사장님이 그렇게 물어와서, 아뇨. 국수 좋아하는데 지금 배가 불러서, 그렇게 말하고도 괜히 죄송해져서는, 다음에 다시 올게요. 와서 국수 좋아하는 거 꼭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괜한 말을 덧붙이게 한, 그때부터 1년 조금 덜 되는 시간 동안 국수를 후루룩 먹는 모습을 보여드리러 듬성듬성 다녔던, 그 국수집이 이제는 문을 닫는단다. 마지막 식사를 주문하고는 그럼 사장님 다른 데에 가게 하시는 거예요? 하고 여쭤보았더니, 아니. 내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문을 닫게 됐어. 이제 학생들이랑 좀 정들 것 같으니 문을 닫게 돼서 어쩜 좋아. 사장님의 그런 대답에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 거예요? 하는 말이 목구멍을 기어 나오려 했지만 차마 물을 수 없는 분위기에서 내가 주문한 비빔국수가 나와서, 면발을 후루룩 우겨넣어 괜한 질문을 집어넣고, 더 자주 올 걸 그랬네요. 이렇게 금방 못 오게 될 줄 알았으면요. 사장님께 그런 말을 건넬 뿐이었다. 안 그래도 방금 다녀간 학생도 같은 말 했어. 학교를 3년을 다녔는데 이렇게 맛있는 집을 이제야 찾았는데, 벌써 문 닫으시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가더라고. 하는 사장님의 말씀에, 역시 사람들 생각은 똑같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접시를 비우고, 마지막 계산을 하고, 마지막으로 가게 문을 나서고, 이제는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그 사장님의 그 국수집을 나섰다.
어떤 사람과 다른 사람의 시간이 겹치는 것은 정말 엄청난 기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분식집은 흔하고, 인심 좋고 붙임성 좋은 사장님이 있는 분식집도 심심찮게 있을 것이고, 비빔국수도 그 집만큼 맛있고 야채가 많이 들어간 것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세상 어디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따뜻한 음식 한 접시와 함께 푸근한 말 한마디를 건네던 그 사장님의 그 국수집은 이제 내일부터는 어디에도 없게 되었다. 좋은 사장님과, 좋은 사장님의 가게와 나의 시간이 겹치게 된 것이 정말로 기뻤고, 이제는 갈 수 없어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