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다시 한번 치솟았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확 치밀었다. 이 사단은 언제 끝이 나는지, 언제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근데 이전의 삶이랄 게 있는지 생각해보니 딱 집어 말할 게 없기는 하다. 코로나 전에도 그냥 이렇게 재미없게 주말을 보내곤 하지 않았을지, 그런 생각이 떠오르니 코로나는 핑계였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서울에 살기는 한다. 좀 괜찮은 주말을 보내려면 서울에 놀러 가야 한다. 전염병으로 뒤숭숭한 지금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결국 코로나가 내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대충 생각해버렸다.
아무 약속이 없는 광역시에서의 하루는 인프라가 훨씬 열악한 시골에서의 하루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냥 집에 있거나, 간단히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할 뿐이다. 그래도 여긴 코로나가 적은 편이고, 주말을 쟁취하려고 허비한 주중 40시간의 노동시간이 아쉬워 밖으로 향했다. 카드에 밥 한두 끼 먹을 정도 잔액이 들어있고 차에 기름도 가득 차 있는데, 마음만은 텅 빈 채로. 혼자 밥을 먹는데 굳이 괜찮은 식당을 갈 이유는 없을 것 같아서, 맛이 궁금했던 필레오피쉬 버거를 먹으러 맥도날드로 향했다. 시골에 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새로 나온 햄버거의 맛이 너무나 궁금해도 10일간은 참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맛은 인터넷의 많은 후기들이 말하듯 그저 그랬다. 인터넷 여론의 지엄함이란... 밥을 먹고 스타벅스에 갔다. 시골에 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다른 하나는 생일에 선물 받은 기프티콘이 너무나 쓰고 싶어도 평일에는 왕복 2시간 정도를 운전하지 않으면 도저히 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커피 두 잔에 케이크 한 잔은 혼자 해치우기에는 너무 버거운 양이어서 금액에 맞게 다른 메뉴를 시키기로 했다. 자허블 벤티 사이즈에 바닐라 라떼 스틱커피를 하나 사니까 500원을 결제하면 된다고 해서 기뻤다. 이런 기쁨도 시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겠지.
큰소리를 못 내 안달인 사람들이 모이는 스타벅스답게 왁자지껄한 말소리가 가득했다. 서울에 살 때는 이 소란함이 싫어서 욕을 하면서도, 기프티콘이 많아서,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계속 앉아있을 수 있어서 꾸역꾸역 갔던 곳이 스타벅스인데, 젊은 사람 한 점 없는 시골에만 살다가 여기 와서 소음 속에 앉아있으니 괜히 즐겁다. 시골에서 어느 날은 너무 울적하고 적적해서, 서울에서처럼 사람 구경을 하러 카페에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정말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홀에 나와 카페 점원만 한 시간 정도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 곳에 살다 보니 이런 사람들의 소음이 나를 즐겁게 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20대를 보내고 서울 근교에 취직하지 못한 것이 이렇게 내 삶에 저주처럼 자리할 줄 알았다 해도 여기 취직하는 결정을 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업무 여건이 나쁘지 않고, 그에 비해 돈은 괜찮게 주고, 미래도 보장되어 있으니까. 막연히 이런 직장을 바라며 서울에서 하루하루 취준 생활을 버텼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직장을 얻고 서울에서의 생활을 잃고 나니 별로 행복하지 않다. 설령 노력해서 일이 년 뒤 서울을 간다 해도 예전 그 시절처럼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에, 그냥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휴일에는 최대한 즐겁게 보내며 회복하는 수 밖에는 없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카페에서 사람 구경이나 하며 음악이나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