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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Jan 10. 2022

동물의 숲 속 어머니와 나


 작년, 취직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 여유가 생긴 나는 어머니께 이런저런 선물을 했다.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닌텐도 스위치까지. 한 번에 30만원 정도면 치킨 덜 먹고 술 덜 마시면 아껴지는 돈이었으니까. 어머니께서 써본 적 없는 좋은 물건을 쓰는 댓가라기에는 너무 쉬운 것들이었기에, 종종 선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면서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한번 더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고, 지금보다 더 부모님께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집에도 자주 가고, 전화도 종종 드리고, 그랬던 것 같다.

 본가에 갔을 때 어머니의 닌텐도 스위치를 열어봤다. 어머니는 일편단심 동물의 숲만 하셨다. 거의 반년이 넘어가는데 꾸준히 한 게임만 즐기셨다. 스위치를 드리기 전에는 핸드폰 공짜 게임만 하셨을테니 그에 비하면 동물의 숲은 엄청 재밌는 게임이기는 하겠지. 그렇게 열어본 어머니의 동물의 숲은 현실과 같이 겨울이 찾아와있었다. 요새는 어떤게 재밌냐는 나의 물음에 어머니는 겨울이기도 하고 막상 할걸 다 해서 할 게 애매하다고 하셨다. 스위치를 한대 더 사서 어머니와 같이 게임을 할까, 생각하게 된 계기다.

 그렇게 연초 받은 복지포인트가 닌텐도 스위치가 되어 돌아왔다. 어머니께 카톡을 했다. 닌텐도 스위치를 한 대 더 샀으니 이제 서로 놀러다니고 하자고. 어머니는 좋다며, 나에게 필요한 게 많을건데 갖다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게임 이야기를 하는 모자의 모습이, 현실에서 우리 모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묘했다.

 겨울이라 할 게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 일부러 섬을 남반구로 만들었다. 현실은 겨울이지만 내 섬은 여름이 한창인 것이다. 물고기도 곤충도 거의 없는 어머니의 섬에 비해 내 섬은 꿈틀거리는 것들로 가득했다. 와서 곤충도 잡고 낚시도 하고 가세요, 이야기하며 섬을 열어놓았고 어머니께서 놀러오셨다.

 낚시도 하고, 내 집도 둘러보고, - 어머니 집에 비하면 단칸방 같다며 빨리 확장하라고 하셨다 - 그러더니 어머니는 돈뭉치며 이런저런 가구며를 내려놓기 시작하셨다. 나를 주려고 섬에서 챙겨오신 것들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게임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엄마와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어머니 캐릭터가 훨씬 더 많이 성장해있기 때문에 돈을 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으로 어머니께서 한 것이 잡초 뽑기였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는 어머니답게 게임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내 자취방에 반찬을 싸들고 올라와서 방 청소를 해주는 것처럼... 물론 내 목적대로 어머니는 낚시도 하고 곤충도 잡고, 본인 섬과 다르게 여름인 내 섬을 만끽하고는 가셨다. 같이 하니까 지금껏 한 게임과 색다르다는 말씀과 함께.

 뿌듯하면서 또 동시에 약간 묘한 기분이 됐다. 타지에 있는 내가 어머니와 같이 추억을 만들어갈 한 수단이 생겼다는 것이, 그리고 어머니께서 즐기던 게임을 더욱 더 즐기게 되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어머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계속 하다 보면 어머니 섬에 선물을 들고 찾아가는 날도 오겠지. 어머니와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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