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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Sep 15. 2016

고양이와 흙

다소 이질적인 두 가지 요소가 꽤 자연스럽게 있는 모습


 지금까지 내가 본 고양이는 집에서 키우거나, 고양이카페를 가면 뒹굴고 있는 집고양이, 아니면 아스팔트를 배회하는 길고양이 정도가 전부였다. 개와 흙바닥은 어느 정도는 매칭이 되는 것 같다. 흙발로 있는 개는 상상할 수 있는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마당에서 사는 개를 본 적도 있지만 흙을 묻힌 고양이는 본 적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시골 마당에서 만난 이 고양이는 약간 신기했다. 발에 흙을 묻힌 채, 사람을 약간은 잘 따르는 고양이.



 작은어머니께서는 옆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놀러 온거라고, 이름이 나비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몇 달 전만 해도 시골집에서는 큰 개를 키웠었는데, 그때 종종 고양이를 쫓아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쫓겨나던 그 고양이가 주인이 있는 고양이었다는 사실을 이 친구를 만나고서야 깨달았다. 하긴 길고양이치고는 사람을 꽤 잘 따르는 편이긴 하다. 마당에 가만히 앉아있는 내 곁으로 먼저 왔으니...

 한참을 가르릉거리던 고양이는 뒤뜰에 있는 텃밭으로 날 끌고갔다. 가서 나뭇가지며 나뭇잎을 뜯어먹거나, 발판으로 놓여 있는 목재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했다. 고양이가 이런 흙밭에서 뛰노는 모습은 정말로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약간은 얼이 빠진채로 보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고양이는 본인의 놀이터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꽤 자유분방하게 흙밭을 뒹굴던 녀석은, 흔한 고양이가 그렇듯 닭장 앞의 부서진 바구니에 들어가더니 거기서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고양이들의 인상은 밖에 잘 나가려 하지 않고, 낯선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모습 뿐이었는데, 이 친구는 그런 관념을 산산히 부숴 주었다. 지금까지 본 고양이들은 어쩌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모습은 아니었을까. 흙으로 된 땅에서 거기 자라있는 풀, 그리고 부서진 자재들 사이에서 즐겁게 노는 고양이를 보고, 나중에 마당 넓은 집에 살게 되면 거기에 꼭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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