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방 - 꿈에서 만나
친구에게 글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었다. 인디 밴드의 신곡 발표때 전자책을 만들 예정인데, 거기에 들어갈 소설을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잔잔한 멜로디, 그리고 꿈에서 만나 너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가사. 거기에 군대에서 힘든 목소리로 통화해오는 남자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썼다는 사연까지. 준비물을 받아들었다.
재료들을 머리에 다 집어넣어 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와플 가게에서 와플을 먹을 때였나, 갑자기 글의 컨셉이 될만한 문장이 번쩍 떠올라서 타이핑한 뒤 친구에게 보냈다. 괜찮다는 답변이 올 줄 알았는데, 친구의 대답은 글의 분위기가 너무 슬퍼서 자신이 의도한 방향과 약간 다르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심경 때문에 친구와 마찰을 겪게 되었다. 화를 낸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슬픈 글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인가, 자신에 대한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긴긴밤을 지나 너에게간다
지친 맘을 안아주고싶어
어두운 너의 목소리가걱정돼
까만 밤을 종일기다렸어
길었던 하루의 끝을
너무 힘겨워 아파와도
꿈에서라도 너를 본다면
다시 웃을 수 있는걸
꿈에서 만나
널 꼭 안아줄게
아침이 오면
밝게 웃어줄래
긴긴밤을 너와 꿈꾸고싶다
그리운 널 품에가득 안고
보고픈 맘에 니모습을 그리다
까만 밤이 오길기다렸어
길었던 하루의 끝을
너무 힘겨워 아파와도
꿈에서라도 너를본다면
다시 웃을 수 있는걸
꿈에서 만나
날 꼭 안아줄래?
아침이 오면
밝게 웃어볼게
굿나잇
그 뒤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글이 슬플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친구도 어느 정도 납득했다. 지금은 친구에게 초고를 넘겼고, 꽤 괜찮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꿈에서 만나"의 어떤 부분에서 슬픔을 읽어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일단 사연을 전혀 듣지 않았을때, 나는 이 노래가 짝사랑 노래라고 생각했었다. 짝사랑이 아니라면 슬픔을 겪는 상대를 굳이 꿈에서 만나 위로해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해석이랄까... 아무튼 위로해주고싶은 대상을 지금 당장 만날 수 없다면 그것은 꽤 슬픈 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슬픈 곡이라 해석했다. 거기에 곡을 쓴 사람이 고무신이라니...
슬픈 감정 속에서 헤엄치며 살다 보니 타인이 가진 슬픔의 냄새를 맡는데에 도가 튼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