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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Dec 24. 2016

각자의 우주

볼빨간 사춘기 - 우주를 줄게

 똑같은 두 개인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일단 너무나 다양한 유전자들이 존재한다. 부모에게서 반씩 물려받은 유전자는, 설령 부모가 같더라도 - 쉽게 말하면 형제 간에라도 - 모든 부분이 똑같이 일치할 확률은 극히 낮다. 하물며 각각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난 두 개인이 같은 유전자를 가질 수는 없다. 유전자가 같은 쌍둥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쌍둥이 역시 정확히 일치하는 두 개인은 아니다. 후천적인 변수 역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다른 두 개인의 경험은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똑같은 조건을 가진 두 개인이라도,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세세한 차이들이 생기게 되고, 그 차이들은 개인이 성장해 감에 따라 더욱 더 큰 격차를 만들어내고, 결국 끝에 가서는 전혀 다른 두 개인을 형성하게 한다.


 모든 개인은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유일한 존재들이 담고 있는 변수의 방대함은, 우리가 우주를 바라볼 때 느끼는 막연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개인은 자신의 속에 각자의 우주를 품고, 그것을 일생 동안 키워나가는 것이다. 우주가 무에서 갑자기 생겨나고 소멸을 향해 달려가듯, 개인의 우주 역시 무에서 생겨나고 소멸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줄게”라는 노래의 제목을 처음 듣고, 전주 정도 들었을 때까지 머릿 속에 돌았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니까 결국 우주를 준다는 표현은, 내가 지금까지 키워온 고유한 나의 세계, 유일한 나의 세계, 결국 나의 전부를 너에게 준다, 이런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노래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심장이 막 두근대고 잠은 잘 수가 없어요
한참 뒤에 별빛이 내리면
난 다시 잠들 순 없겠죠

지나간 새벽을 다 새면
다시 네 곁에 잠들겠죠
너의 품에 잠든 난 마치
천사가 된 것만 같아요
난 그대 품에 별빛을 쏟아 내리고
은하수를 만들어 어디든 날아가게 할거야

Cause I’m a pilot anywhere
Cause I’m a pilot anywhere
lighting star shooting star 줄게 내 Galaxy
Cause I’m a pilot anywhere
Cause I’m your pilot 네 곁에
저 별을 따 네게만 줄게 my Galaxy

Like a star 내리는 비처럼
반짝이는 널 가지고 싶어
Get ma mind
엄지와 검지만 해도 내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
붙어 안달 나니까
마냥 떨리기만 한 게 아냐
준비가 되면 쏘아 올린 인공위성처럼
네 주윌 마구 맴돌려 해
더 가까워진다면 네가 가져줄래
이 떨림을

어제는 내가 기분이 참 좋아서
지나간 행성에다가 그대 이름 새겨 놓았죠
한참 뒤에 별빛이 내리면
그 별이 가장 밝게 빛나요

지나간 새벽을 다 새면
다시 네 곁에 잠들겠죠
별빛 아래 잠든 난
마치 온 우주를 가진 것만 같아
난 그대 품에 별빛을 쏟아 내리고
은하수를 만들어 어디든 날아가게 할거야

Cause I’m a pilot anywhere
Cause I’m a pilot anywhere
Lighting star Shooting star
줄게 내 Galaxy
Cause I’m a pilot anywhere
Cause I’m your pilot 네 곁에
저 별을 따 네게만 줄게 my Galaxy

Cause I’m a pilot anywhere
Cause I’m a pilot anywhere
Lighting star Shooting star 줄게 내 Galaxy
Cause I’m a pilot I’m your pilot
Lighting star Shooting star 줄게 my Galaxy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가사는 꽤 모호하게 쓰여져 있어서, 내가 생각한 저 의미가 가사와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나의 우주를 줄게.” 라는 표현만 보면 어느 정도 맞는 것도 같은데...


 꽤나 직설적이고 얕은 요새 노래 가사들보다, 이렇게 의미가 약간 모호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좋다. 설령 그 가사가 아무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마치 “Wonderwall" 처럼, 누군가는 자신의 애인에게 대입해서 러브송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존경하는, 범접할 수 없는 누군가에 대입해서 찬가가 되기도 하는, 심지어 원작자에게 물어봐도 의미가 그때그때 바뀌는, 모호해서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가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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