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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an 01. 2017

눈물 흘리며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볼빨간 사춘기 - 나만 안되는 연애

 공연 전에는 밴드 멤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했다. 농담 섞인 집에 가고 싶다, 도망치고싶다, 이런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고, 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들인 노력 등을 생각하며 결의를 다지는 이야기도 자주 하곤 했다. 그런 자주 했던 이야기들 말고, 꽤 특이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 노래에 너무 감정이입해서 부르다가 울 수도 있어요.”

 “야 그러면 대박이지!”


 뭐가 대박이라는걸까,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노래를 부르다가 울어버리면 무대를 망치는 거 아닌가?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인기검색어에 오를 것도 아닌데 준비한 노래를 못 보여주고 중간에 울어버리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무대 전의 들뜬 기분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거니, 그렇게 넘겼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뭘 좀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왠지 오늘따라 마음이 아픈지 했더니

오늘은 그대가 날 떠나가는 날이래요

왜 항상 나는 이렇게 외로운 사랑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이상한 날이에요

왜 그랬는지 묻고 싶죠 날 사랑하긴 했는지

그랬다면 왜 날 안아줬는지 그렇게 예뻐했는지

나만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바라보기만 하다 포기할 수는 없겠죠

근데도 이렇게 아픈 마음만 가지고 사는 건

도무지 불공평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Please come back to me

Yeah yeah umm yeah

왠지 오늘만은 그렇게 보내기 싫은지

오늘은 그대와 나 마지막인가 봐요

왜 항상 나는 이렇게 아무 말도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이상한 날이에요

시작부터 사랑하지 않았다고 내게 말했었다면

그랬다면 나의 마음은 이렇게 굳게 닫혔을까요

나만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바라보기만 하다 포기할 수는 없겠죠

근데도 이렇게 아픈 마음만 가지고 사는 건

도무지 불공평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Please come back to me 

(그대는 아무렇지 않겠죠)

Please come back to me 

(내 눈물로 더 이상 붙잡을 수는 없겠죠)

Yeah~~~ Oh 

(근데도 이렇게 아픈 마음만 가지고 사는 건)

(도무지 불공평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Please come back to me

Yeah yeah umm yeah

Please come back to me

Yeah yeah umm yeah

나는 사실 이성적인 게 참 싫어요

그래서 우린 헤어져야만 했으니까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도

매일 밤이 고통스럽겠죠

그대가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날 안아주진 않았을까요?

이런 느낌...

 볼빨간 사춘기의 “Red Planet”에 수록된 곡들 중 하나인 “나만 안되는 연애”는, 일단 제목에서 나를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숱한 “안되는 연애”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곡이 무언가 이질적인, 흰 밥 사이의 완두콩처럼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딱 보았을때 볼빨간 사춘기의 이미지는 다른 건 몰라도 이 곡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으니까. 사춘기, 발랄한 소녀 프론트맨, 상큼한 보컬의 목소리, 톡톡 튀는 박자들과 가사들, 이런 것들이 볼빨간 사춘기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제목을 듣고 밴드가 가진 색깔과 매치해 보았을 때, 연애가 안 되는 것에 대한 귀여운 투정부림을 담은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서정적인 건반으로 시작되는 인트로가 당황스럽게 했다. 뒤이어 사뭇 진지한 가사와 보컬까지. 다른 사람의 노래를 커버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분위기의 곡이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렇게 크게 마음 속에 남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곡도 할 줄 아는 친구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저 아는 곡으로 남았던 “나만 안되는 연애”가 정말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떤 라이브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대학교 축제 무대 같은 배경이었는데, 부르는 내내 보컬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간신히 노래를 끝내고는 눈물을 훔치는 그런 영상이었다. 검색을 해 보니, “나만 안되는 연애”는 보컬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곡이어서,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한 사람을 눈물짓게 할 만한 사연이라면 참으로 구구절절한 것일 텐데, 그것을 3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에 맞춰 넣는 것이란 얼마나 어려울까, 기억을 추려 내어 정말 중요한 것만 끄집어내도, 그것을 노래로 만드려면 또 한번의 벼려냄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게 다듬어낸 추억을 담은 곡을 부를 때 마다, 머릿 속 한 켠에 웅크려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부르는 이의 감정이 벅차오르게 되고, 그것이 노래에 드러나게 되고, 정말 멋진 무대를 만들게 되는 것. 참으로 아름다운 선순환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서야 몇 년 전,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린다면 그건 대박이라고 말했던 그 사람이, 뭘 좀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나도 눈물 흘리며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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