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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an 23. 2017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진솔해질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3년 전 수업에선가, 폐쇄형 SNS가 유행을 타고 있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친구 수가 두 자리수 정도밖에 안 되게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거나, 친구를 맺지 않으면 글을 절대 읽을 수 없거나 하는 그런 류였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SNS라는게 남이랑 소통하기 위해 하는건데 일부러 막힌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제한을 둔다는 발상은 SNS의 속성과 정 반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라는 것이 느껴진다. 다만 차이라면, 예전에는 친구들이 쓴 글이 타임라인을 채우고, 거기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았다면, 지금은 광고 계정이나 페이지 계정에 올라온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해서 자기 취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것 정도. 예전보다 개개인이 덜 드러나게 되버렸다. 플랫폼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그것을 덜 개방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예전보다는 폐쇄적인 SNS가 되고 만 것이다. 쉽게 말해, 예전에 비해 페이스북에 자기 생각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싸이월드 때가 좋았는데."


 왕왕 들려오는 이런 이야기를, 나는 단순히 추억보정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페이스북이 갖지 못한, 하지만 싸이월드는 가지고 있는 어떤 속성을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타임라인과 미니홈피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폐쇄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쓴 글을 보려면 굳이 찾아 들어가야 했다. 약간은 공개적인 장소에 많이 묵직한 양장본의 앨범을 꽂아 놓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누구나 볼 수는 있지만, 내용을 보려면 묵직한 것을 굳이 꺼내서 펴 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타인의 미니홈피를 들어가면, 방문자수가 1이 올라가면서 흔적도 남기게 되어 있었다. 미니홈피 주인은 내 홈피에 몇 명이 방문했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쓴 글에 얼마나 반응이 오는가 하는 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누구나 가서 볼 수 있는 도서관의 책꽂이에 있는 묵직한 앨범이 싸이월드였다면, 페이스북은 하나의 담벼락에 모두가 모여서 글을 쓰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글을 보기 위해서는 그냥 벽 앞을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남의 글을 본다기보다는, 벽을 쳐다보았는데 거기에 쓰여있는 무언가가 눈에 그냥 들어온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쉽게 말해,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나라한 곳에 글을 써야 하는 느낌을 주었다. 내가 쓴 글을 나에게 관심이 있는, 굳이 찾아 들어온 사람이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와 연결된 모두가 읽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를 맺은 사람만 내가 타임라인에 적은 글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약간의 폐쇄성을 확보하고는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친구는 너무나 넌지시 맺어진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이다. 얼굴을 한 번밖에 안 본 팀프로젝트 같은 조 팀원, 많이 불편한 학교 선배, 전역하면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군대 선임, 어제 담벼락에 뒷담화를 적어 놓은 직장 상사, 낯간지러운 사생활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친척들이며 가족들까지, 이들은 친구 신청을 거절하기 애매한 존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졌기 때문에, 결국 내가 쓴 글을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대상들까지 나의 친구 목록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내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내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SNS가 바로 페이스북인 것이다.

 페이스북을 시작한 초기에는 별 생각 없이 진심을 담은 장문의 글을 타임라인에 써 올렸었다.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것을 좋지 않게 보고 비꼬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SNS인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페북충이니 감성글이니 하는 단어로 매도하는 풍토가 어느 순간부터 조성되었던 것 같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사이가 나쁜 사람, 그리고 데면데면한 사람까지, 진심을 담아 쓴 글의 독자층은 꽤나 광범위한 대상이 되고 말았다. 부담감에 점점 덜 진솔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은 글을 아예 쓰지 않게 되고, 결국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대안으로 삼은 것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순간 떠오르는 짧은 생각, 그리고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것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제대로 된 글로 만들면 브런치에 올리곤 한다. 둘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둘 다 익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인중에 몇몇은 내가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말 친한 사람 한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아는 사이여도 친구목록에 들여보내야 했던 페이스북과는 달리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은 글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나와 관심사가 비슷해서 나를 팔로우한 사람들로 친구목록이 채워져 있다. 페이스북에 쓴 글은 나와 면식만 있는 사람이라도 읽을 수 있는 것을 쓰는 공간이었지만,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은 더 깊은 교집합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글을 쓰는 곳이기에, 한층 더 진솔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진솔한 일기를 적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생각을 글자, 그리고 문장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그것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나 할 수 없는 이런 마음 속 깊은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비슷한 누군가는 내 생각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 역시 있다. 그것을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SNS라고 생각한다. 다만, 페이스북은 그런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공간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잘 하지 않게 되 버린 것 같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SNS 금단현상 같은 것은 딱히 없다. 진심을 더 털어놓기 쉽고, 내 이야기에 더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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