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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Mar 10. 2017

각자의 정원의 속도

그저 내 정원만 잘 돌보면 되는 거야

 또래 중 여행을 좋아해서 세계 곳곳을 다니는 친구가 있다. 다른 친구들과 모여 그 친구 이야기를 하면 이런저런 비난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느니, 어떻게 먹고 살지 대책이 없어 보인다느니. 그런 대화 속에 있을때마다 마음이 썩 편치 않다.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는 것이 유쾌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행을 다니고, 이런 저런 경험을 하는 친구의 삶이, 토익이며 오픽, 자소서, 취업 스터디에 빠져 사는 여느 친구들의 삶보다는 훨씬 즐거워 보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덜 고통스럽고 즐거운 길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처럼 폄하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같았다. 그 친구에게도 나름대로 인생의 구상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1년 반 정도 전인가, 친한 선배와 식사를 할 때에, 문득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는 전공에 적응을 실패해서 휴학 후 다른 시험을 준비 중이었고, 나 역시 전과를 실패해서 다니기 싫은 과를 울며 겨자먹기로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잔뜩 위축된 나와는 다르게 그 선배는 크게 걱정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우울해하는 내게 선배는 말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의 속도가 같을 수는 없으니까, 네 페이스를 잃지 않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내 또래들은 이 나이쯤이면 무엇을 하고 있고, 몇년 뒤면 취준을 해야하고, 그런 생각에 휩쓸리기 직전이던 내 마음의 급류가 약간 잦아들었다. 그런 인생의 순간들을 따라가는 것이 필요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정해진 단계를 따라가는것은 편하고,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이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하며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인생을 완주하는데 독이 될 뿐이다.


Oasis - Live Forever (live)

Maybe I don't really wanna know

어쩌면 나는 알고싶지 않을지도 몰라
How your garden grows, cause I just wanna fly

네 정원이 얼마나 자랐는지, 난 그저 날고 싶을 뿐이야
Lately did you ever feel the pain?

요새 고통을 느낀 적 있니?
In the morning rain as it soaks you to the bone

뼛속까지 흠뻑 적시는 아침 빗 속에서

Maybe I just want to fly,

어쩌면 난 그저 날고 싶은걸지도,
Wanna live, I dont wanna die

살고 싶은걸지도, 죽고 싶지 않아
Maybe I just want to breathe

아마도 난 그저 숨쉬고 싶은걸지도 몰라
Maybe I just don't believe

아마 난 믿지 않는거야
Maybe you're the same as me

아마 너도 나와 같을거야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우린 그들이 보지 못하는것을 볼거야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너와 나는 영원히 살아갈거야


 "The gl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라는 말이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거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거나, 비슷한 맥락의 인용구들이다. 나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자꾸 옆을 힐끗거리게 되고, 거기서 앞서가는 남들의 모습을 보면, 괜히 불행해하고, 내 길을 걷는 걸음이 느려지거나 멈춰서게 되서, 결국은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게 되 버리는 내 모습을 비추는 인용구들 같다.

 어쨌든, 모든 꽃은 피어나게 되어 있다. 필요한 햇빛과 물, 영양이 주어진다면. 옆집의 정원에 꽃이 많이 피어난다고 해서, 내 정원에 꽃이 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옆집의 정원이 한참 만개하는데 내 정원이 잠잠한 이유는, 내 정원의 꽃이 약간 늦게 피기 때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꽃이 피어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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