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육 Mar 05. 2017

다시 처음부터

그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지라도

 설거지감을 정리하다가 작은 그릇 하나를 깼다. 어렸을때부터 본가에서 쓰던 거니까, 꽤 나이가 많은 접시인 셈이다. 그 접시는 허리 높이에서 몇 번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던 것이, 정작 20센티미터도 안 되는 높이에서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짜증이 화악 밀려왔다. 힘들어 죽겠는데 넌 또 왜 말썽인지, 이제는 박살나버린 접시에게 늦은 혼잣말을 보낸다. 괜히 내는 짜증은 아니다. 요 일주일 사이 부쩍 실수가 늘었다. 마시고 있던 차를 책상에 엎은 적도 두어 번, 기타를 치고 피크를 올려놓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적은 열 번도 넘는다. 그럴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온다. 깨져버린 접시가, 엎질러버린 찻물이, 바닥에 튕겨 침대 안 쪽으로 들어가버리는 피크가, 마치 실패하고, 풀리지 않고, 삶에서 도망치려 하는 내 모습들을 닮은 것 같아서 그런걸까.


 개강이 다가오자, 또 다시 우울함이 덮쳐온다. 원치 않는 곳으로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릴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잠에 드는 순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니면 수업을 듣지 않는 순간이면 걱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뜻 무엇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머뭇거림은 나를 더 궁지로 몰아넣는다.


Kodaline - High Hopes

Broken bottles in the hotel lobby

호텔 로비의 깨진 병들

Seems to me like I'm just scared of never feeling it again

다시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하는 나 같아

I know it's crazy to believe in silly things

어리석은 것들을 믿는게 미친 거라는 거 알아

But it's not that easy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I remember it now, it takes me back to when it all first started

내가 처음 시작했던 때가 이제 기억나

But I've only got myself to blame for it, and I accept it now

탓해야 할 건 나뿐이야, 이제 그걸 알겠어

It's time to let it go, go out and start again

이젠 떨쳐내고 다시 시작할 때야

But it's not that easy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But I've got high hopes, it takes me back to when we started

하지만 내겐 간절한 희망, 우리가 처음 시작한 때로 돌아간다는 희망이 있어

High hopes, when you let it go, go out and start again

간절한 희망, 네가 모든 것을 털어냈을 때 새롭게 시작하는 것

High hopes, when it all comes to an end

간절한 희망, 모든것이 끝에 다다랐을때에

But the world keeps spinning around

하지만 세상은 계속 돌아갈 뿐이야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상념들이 지나간 뒤, 외출 전 샤워를 하는 순간, 그리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스스로를 다잡는다. 아직 세상은 살 만 하고, 하고 싶은것도 많으니까. 언젠가는 지금 겪고 있는 이 위기를 잘 넘어설 수 있겠지.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 시기가 지나서,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지금 왜 이렇게 힘들어했을까 생각하게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다시 앞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