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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Oct 26. 2021

참나물 샐러드와 잠깐의 아침 여행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건 작은 선물이다. 매일 마주하는 밥상 앞에서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 있다면 그건 행복이 아닐까.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던 하루하루에서 잠깐의 휴식 같은 아침이 돌아왔다. 별 것 아닌 게 특별한 것으로 설레게 하는 시간이었다. 며칠 전 아침 샐러드 하나가 그랬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참나물 샐러드가 나왔는데 정말 맛있는 거 있지.”

“그래? 우리도 한번 집에서 해 먹자. 근데 소스는 뭘 넣은 거 같아?”

“응 엄마 새콤 달콤한 게 유자청 같더라고. 산적에 같이 나왔는데 정말 잘 어울렸어.”

저녁을 먹는데 급식 얘기가 나왔다. 보통은 오후나 저녁에 그날의 급식을 얘기하는 게 습관처럼 반복된다. 말을 꺼낸 큰아이가 그 맛을 잊지 못하는지 점심 먹을 때의 기분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말은 통통 튀었고 다시 먹고 싶다는 메시지를 내게 보내는 듯했다.      


내게 음식은 어떤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가기 전부터 그곳에서의 시간을 어렴풋이 상상하며 보낼 때가 참 좋다. 하루가 즐겁고, 무엇을 하든 활력이 넘친다. 내 손을 거쳐 탄생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 새롭게 도전하는 음식 역시 그러했다. 아이의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느낌은 왔지만 직접 먹어보지 않았기에 궁금했다.     

 

이틀 정도를 보내고 동네 로컬푸드에 갔다. 혹시 참나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상추와 토마토를 사고 둘러보는데 싱싱한 초록 잎들과 가느다란 줄기를 한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은 통 볼 수 없었는데 반가웠다.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우리 집 빵 먹는 날은 보통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다. 정해진 것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은 빵을 먹으면 좋을 것 같은 기분에 이날을 택한다.  수요일이었지만 빵이 생각났다. 언제부턴가 막내가 프렌치토스트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때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버렸다. 내내 마음이 걸렸고 밥 먹기도 지겨웠다. 마침 참나물 샐러드를 상에 올리려고 했기에 아침은 빵으로 정했다.     


참나물을 흐르는 물에 씻고는 소쿠리에 받혀 물을 빼주었다. 여기에 곁들일 새송이버섯 하나를 썰어서 팬에 구웠다. 소스는 유자청에 올리브유와 화이트 와인식초를 섞었다. 샐러드는 색으로도 먹는 음식이기에 단감을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더했다. 나물을 큰 접시에 담았다. 그 빛깔에서 아침의 싱그러운 기운이 전해졌다. 여기에 나머지 재료를 넣고 냉장고에 있던 데친 브로콜리까지 더했다. 살짝 맛을 보니 아이의 말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계란과 꿀, 우유를 더한 프렌치토스트가 완성되었다. 날이 추워지니 그리운 단호박 수프도 함께다. 누가 내게 만들어 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며칠 전부터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차가운 손과 발이 계절이 어디쯤을 가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따뜻한 음식이 그리웠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감싸주는 호박 수프를 먹고 싶었다.    

  

큰아이와 내가 먼저 아침을 먹었다. 샐러드를 콕 찍어 서로의 접시에 놓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나눴다. 아삭하면서도 쌉싸름한 맛 뒤에 찾아오는 고소함과 묘한 향기가 입안에 오래 머문다. 늦여름과 가을 사이 아침 일찍 과수원 가는 길에 신발과 바지 아랫단에 묻어나던 이슬의 느낌이었다. 상쾌하면서도 촉촉한 그렇지만 과하지 않았다. 버섯의 쫄깃함, 감의 달콤함은 서로의 맛을 내어주면서 조화를 만들어 내었다. 빵의 달큼한 맛을 초록의 것이 잡아주니 어디에도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단호박은 그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아무 말 없이 언제 봐도 싫증 나지 않는 주황의 생기 있는 에너지를 내 몸으로 전했다.    

 

아침 식탁은 대만족이다. 아이 얘기를 듣고 호기심과 엄마의 마음으로 해 본 일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내가 만든 아침이었다. 

“엄마 잊지 않고 참나물 샐러드 만들었네. 학교서 먹은 것보다 더 좋은데.”

아이는 내게 감동 주는 칭찬까지 더한다. 학교 기록물을 정리 중이었다. 마감이 정해져 있기에 달력에 있는 숫자들과 씨름하듯 매일 더해지는 날들에 마음과 몸이 피곤해진 요즘이었다. 샐러드로 몸을 충전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은 뭐라 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누군가는 이 시간이 어제와 같지 않고 평생의 유일한 날이기에 잘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 하루를 그냥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일지라도 그 중심에 내가 있다면, 움직이고 있다면 괜찮다 싶다. 샐러드가 나를 깨어나게 했다. 시간과 경주하는 일상을 좀 쉬어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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