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떡볶이를 만들며

우리가 떡볶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by 오진미



#난 떡볶이를 몰랐다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TV나 소설책에서 떡볶이를 경험했을 뿐이다. 빨간 고추장 국물에 가래떡보다 조금 가는 떡이 들어가 있는 모습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먹어보지 않고 머리로만 그려보는 음식에 대한 이미지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맛을 모르는 채 이름으로만 기억되었다.


고등학생 때 드디어 떡볶이를 만났다. 시내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친구들은 시험이 끝난 날이면 으레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제주 시청 근처에 해바라기 분식과 짱구 분식이라는 분식의 양대 산맥이 있었다. 학교에서 20분을 걸어서 짱구 분식에 갔다. 떡과 삶은 달걀 어묵, 양배추와 대파, 당근이 적당히 들어가고 고추장 국물에 적당히 버무려진 음식이었다. 시험을 끝냈다는 해방감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였다. 더불어 떡볶이 친구인 김밥도 함께였다. 워낙 밥을 좋아하는 까닭에 김밥에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그렇게 떡볶이와 친해졌다. 한번, 두 번, 세 번 먹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별미가 되었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일은 여행과 닮았다. 어린 시절 처음 맞닥뜨린 떡볶이가 그러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입 안 혀의 감각을 타고 몸 안으로 스며드는 특별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달콤하면서도 미끈한 떡과 부드러운 어묵 여기에 아삭한 야채와 당근의 독특한 향이 어우러졌다.


# 난 떡볶이를 만든다

떡볶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떡볶이와 지낸 시간을 거슬러 보니 추억이 방울방울이다. 며칠 전부터 기름떡볶이를 먹자고 노래 부르던 애들 때문이다. 일요일은 만들려고 보니 떡이 없고 월요일은 다른 메뉴로 갈아탔다. 드디어 오늘, 기다리던 그날이다. 기름떡볶이 존재를 알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맛있게 먹고 떠드는 먹방이라는 장르가 처음 선보일 때다. TV를 보다 우연히 방송인 백종원 씨가 선보이는 기름떡볶이를 보게 되었다. 간단하면서도 한번 먹고 싶은 끌림이 화면에서도 느껴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자작한 국물이 있는 보통의 떡볶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요리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오던 터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재료 선택과 조리법을 고민하고 어떤 그릇에 담을지를 차분히 그려보면 시간도 절약되고 재미있다. 기름떡볶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점심 메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기름떡볶이 재료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떡과 마늘, 대파, 간장, 설탕, 고춧가루가, 식용유, 참기름이 필요하다. 떡은 떡볶이용 혹은 집에 있는 절편 종류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 겨울 추위를 견디고 봄 햇살을 적당히 받고 자란 통통한 마늘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준다. 긴 장마에도 견딘 튼튼한 대파의 싱싱한 잎과 줄기도 기분 좋게 한다. 땅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이들은 기름떡볶이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녀석들이다. 기름떡볶이는 스피드다. 특별한 고민 없이 도전하고 나면 만족은 배가 되는 요리다.


- 냉동되거나 딱딱한 떡은 끓는 물에 2~3분 데친다

- 떡에 간장과 설탕,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놓는다.

- 웍이나 깊이 그릇에 식용유를 두세 스푼 넣는다. 팬이 달궈지면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기름을 만든 다음 떡을 넣고 3~5분 정도 볶는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섞어주면 끝이다.


# 난 기름떡볶이를 여름이라 한다

기름 떡볶이는 사계절 중 여름과 닮았다. 고춧가루와 대파 마늘이 적당히 들어가고 기름에 지글지글 볶는 것이 여름날 불타는 태양이다. 떡의 쫀득함에 달콤 짭조름한 맛은 흐르는 땀을 잊게 해주는 묘한 시원함이 있다.

음식에 리듬이 있다면 이상할까. 기름 떡볶이에선 음악이 느껴진다. 조금 과장하면 열정 가득한 남미의 탱고, 기타 반주에 읊조리듯 하는 보사노바가 떠오른다.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유행하는 90년대 신나는 댄스곡도 안성맞춤이다.


긴장과 불안이 모두에게 스며든 요즘이다. ‘드드득’ 휴대폰 진동 소리에 귀가 쫑긋해진다. 오늘은 어떤 상황인지 걱정하며 재난문자를 읽어간다. 이런 기분을 날려줄 음식이 떡볶이다.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맛있는 음식이다. 떡볶이가 사랑받는 이유는 음식을 함께 한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고민을 찬찬히 들어주던 친구와 삼삼오오 걸어서 맛있는 떡볶이집을 찾던 기억이 난다. 추운 날 호호 불며 콧물까지 닦아가며 먹던 맛이 그립다. 아이들과 함께 기름 떡볶이를 먹는다. 몇십 년 후 오늘의 풍경이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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