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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Mar 24. 2023

딸기를 위한 호떡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건

딸기에 푹 빠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흐르는데 맛까지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딸기의 따뜻하면서도 투명한 빨강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봄이다. 딸기와 봄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딸기 짝꿍 호떡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은 꽃들, 하루가 다르게 뾰족뾰족 얼굴을 내민 새싹들의 초록축제… 딸기도 이 봄 풍경처럼 매일 만나도 기분이 좋다.    

  

호떡을 만들어 딸기를 곁에 두기로 했다. 흰 눈 같은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적당히 섞어서 만든 찹쌀 호떡은 딸기의 사랑스러운 모습과도 잘 어울릴 듯했다. 딸기를 위한 호떡이었다.  

   

미지근한 우유에 드라이 이스트와 설탕을 넣고 잘 저어주었다. 가루에 소금을 아주 조금 넣고는 우유를 더해 반죽한 다음 따뜻한 곳에 한 시간 정도를 두고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렸다. 계량하지 않으니 실패할 확률 또한 높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호떡 맛을 좌우하는 건 달콤한 소를 어떤 것으로 채우느냐다. 그동안은 아몬드나 호두, 옥수수를 넣었는데 새롭게 배 조림으로 정했다. 익숙한 방법보다는 가능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다 보면 새로운 맛을 만난다. 배 껍질을 벗기고 다진 다음 흑설탕과 흰 설탕을 넣어서 걸쭉해질 정도로 조렸다. 배가 설탕 안에서 완전히 스며들었다.     


반죽이 손에 달라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적당량 묻히고는 반죽을 올린 다음 둥글게 모양을 만들었다. 배 조림을 반죽 중앙의 움푹 파인 곳에 넣고 둥글게 굴리고는 팬에  잠깐 시간이 흐른 후 누르개로 눌렀다. 적당한 미니 호떡이 익어간다.     

호떡을 채운 배조림

호떡 10장을 만들었다. 접시 가득 호떡 중에서 하나를 꺼냈다. 딸기 몇 알과 함께 두었다. 오후에 잠깐 수고하니 원하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초록이 없어서 아쉬웠다. 화분에 있는 로즈메리 잎을 하나 따서는 호떡 위에 올렸다. 

    

학교 다녀온 아이는 예상에 없던 간식을 보고 신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난 그저 호떡과 딸기, 작은 초록의 로즈메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아이들에게 호떡을 줘야겠다는 엄마로서의 특별한 마음보다 앞선 건 딸기와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었다.  

   

기름에 구워진 호떡이 주는 지루함을 새콤달콤한 딸기가 채워주었다. 딸기가 요즘 들어 유독 좋아지는 건 그가 지닌 고운 색 때문이다. 내 일상은 먹구름이 끼어서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딸기와 쫄깃한 호떡을 함께 먹으며 서서히 굳었던 마음들이 꼬물거리며 생기를 찾아간다.  

   

가만히 혼자 머물러 있으면 상황은 언제나 그대로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작정 뛰어드는 것도 괜찮다. 호떡을 갑작스럽게 만들었던 오후처럼. 딸기는 호떡이라는 짝꿍을 만났다.      


딸기는 곱다. 이 봄이 깊어지면 서서히 사라져 가겠지만 지금은 딸기와 함께 하는 봄이다. 기분이 별로라고 하는 내게 동생은 항상 말한다..

“언니가 좋아하는 걸 해. 무엇이든 조금씩 할 때 지금보다는 좋아질 거야.”

딸기를 위한 호떡이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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