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요일을 여는 법
일요일 아침으로 불고기버거를 준비했다. 휴일에 샌드위치를 종종 먹지만 버거는 처음이었다. 지난주 백종원 씨가 나온 tv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이것을 꼭 만들어 먹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일었다.
그가 버거를 만드는 장면을 보니 간단했다. 양파가 충분히 들어간 불고기, 빵에는 딸기잼을 발라서 달콤한 맛을 끌어올렸다. 재료도 복잡하지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가능한 음식이었다.
큰아이와 나는 일찍 깨었고 남편과 막내는 아직도 꿈나라다. 빵은 집에 있는 모닝빵으로 준비했다. 어제 사둔 불고기용 소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는 마늘 다진 것과 진간장, 설탕, 생강가루, 참기름을 넣고 양념해 두었다. 햇양파의 달콤한 맛이 적당히 잘 올라오도록 15분 정도를 충분히 볶아준 다음 고기와 양배추를 넣고는 익혀주었다.
버거 만들 준비가 끝났다. 얼마 전에 만들어 둔 딸기 조림을 빵에 바르고 양상추와 고기를 순서대로 담았다. 얼마가 걸렸다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마무리되었다. 너무 간단하지만 기대감은 어떤 가파르게 상승한다.
아이와 난 빵이 작다는 이유로 두 개씩 먹기로 했다. 몸을 생각한다면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더 먹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TV 속 버거에는 없는 양상추와 양배추를 추가했다. 언제나 고기를 먹을 땐 야채와 함께 먹어야 괜찮을 거라는 혼자만의 법칙 같은 게 이번에도 작용했다.
아이와 얼굴을 마주 보고 불고기버거를 먹었다.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 흘렀다. 한주 동안 지낸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다. 서로가 먹기에 바빴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버거를 먹는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해”라는 한마디를 서로에게 건네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음식을 먹는 일은 예쁜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과 비슷해 보인다. 절로 미소가 나오는 음식은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이어지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타인과 주변을 바라보게 한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해석된 나만의 불고기버거. 타인의 요리법을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요리하는 즐거움이자 한계 없는 창의적 놀이터다. 이런 날들이 늘어갈수록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좋은 추억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