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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Aug 11. 2023

갈비보다 감자

엄마에게 배우는 음식 

여름 식탁에 빠질 수 없는 건 감자다. 할인하는 감자를 사다 이틀에 한 번 감자 요리를 한다. 국과 더불어 볶음도 종종 이어진다. 국은 집 간장으로 간을 하고 그릇에 뜨기 전에 들깻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즐긴다. 


친정집에서 엄마의 감자 요리를 만났다. 엄밀히 말하면 백숙이지만 감자가 화룡점정으로 빛났다. 부드럽게 익은 닭 옆에 알알이 알알이 있는 노란 감자. 어색한 듯했지만 어울렸다. 닭죽 위에 잘 익은 감자 한 알을 올려 먹으면 특별한 여름 맛을 전한다. 무거운 느낌의 고기에 부드러운 감자는 상쾌한 느낌이다. 


엄마의 감자 활용법을 배워왔다. 펄펄 끓는 점심에 갈비찜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 방학, 엄마는 바쁘다. 무언가를 해 줘야 할 것 같은 직업의식이  자꾸만 부풀어 터질 만큼이다.  큰아이의 방학은 딱 2주일, 짧은 기간은 더욱 이런 마음에 가속도가 붙는다. 


아침에 도서관에 간 아이가 올 즈음이면 준비해 뒀다가 짠하고 밥상을  내놓기로 했다. 요즘 들어 알게 되었지만 음식은 적당량만 만들면 힘이 덜 든다. 과정은 같지만 준비해야 할 양이 적으니 금세 할 수 있다. 이것이 지닌 매력은 상당했다.     

등갈비찜 그리고 감자  

땀나는 모든 행동은 거부하고 싶지만 간단하면 쉽다. 고기를 끓는 물에 데치고 깨끗하게 씻고는 압력솥에 넣었다. 양념은 간장과 마늘, 참기름, 설탕, 생강가루에 청양고추를 2개 다지고 대파를 어슷어슷 썰어 넣었다. 지난겨울 갈아서 냉동해 둔 간 배도 더했다.      


이것을 잘 섞은 다음 고기와 잘 버무려 주면 끝이다. 솥에서 끓기 시작하고 나서 20분 정도를 기다리면 등갈비찜 완성이다. 가끔 해 먹는 것과 별다를 것 없지만 엄마의 숨은 비장의 무기였던 감자가 그동안의 것과 달랐다. 감자 네 개의 껍질을 벗기고 처음부터 같이 조리했다. 솥을 열어보니 충분히 양념이 잘 배어든 채 익었다. 

   

뜨거운 기운이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탓에 가까운 곳이지만 아이를 데리러 갔다. 에어컨이 틀어 있는 차에 앉자마자 아이는 싱글벙글한다. 

“오늘 점심으로 뭐 먹을지 알아?”

“뭔데?”

“등갈비찜”

아이는 순간 탄성을 질렀다.   

  

밖은 이글거리는데 시원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아이들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엄마, 이 감자 대박이다.”

갈비도 그렇지만 감자에 관심 집중이다. 삶은 감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었지만 양념이 밴 그건 달랐던 모양이다. 조연인 감자가 주인공이 되었다.     


엄마의 감자는 우리 집에서도 통했다. 엄마의 음식에 대한 생각이 머물렀다. 엄마는 여든을 바라보지만 새로운 것을 찾는다. 엄마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밥상에 오른 반찬들에서 그런 변화를 경험한다. 


짜지도 않고 담백하게, 재료의 맛은 신선하게 유지하도록 애쓴다. 여름 백숙이나 죽, 등뼈탕 같은 음식에는 단짝처럼 감자가 들어간다.  식구수만큼 적당히 넣으면 먹는 재미와 균형을 유지한다. 


엄마에겐 오래된 라디오가 있다. 새벽녘에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를 틀어 뉴스를 듣는다. 집에 갈 때마다 놀란다. 엄마는 세계의 변화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때가 많다. 엄마의 감자도 그렇게 나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엄마의 음식은 열려있다.  익숙한 익숙한 식탁에서 다른 것을 만나게 한다.   아이들이 할머니의 음식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런 엄마를 따라가 본다.  가끔 부엌에서 소박하지만 감동 주는 엄마의 지혜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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