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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Aug 06. 2024

여름 한가운데 따뜻한 책방

제주 누운산 책방

제주에 가면 작은 책방에 간다. 고향 땅의 확 트인 맑음이 책 읽기에 대한 의지를 끌어올린다. 이런 이유로 책방에서 만난 책이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책으로 일상의 희망을 키우고 싶다. 이번에는 조천읍에 있는 <누운산 책방>에 다녀왔다. 어느 일간지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 점찍어 두었다. 우선 책방 이름 이름부터 심상치 않아 보였다. 무엇도 상상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보통 산은 높이 솟아 있다. 산이 누워있다니 무슨 의미일까? 이름에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그곳에 가서 책방지기에게 꼭 물어보기로 했다. 책방은 휴일인 화요일과 수요일은 제외하면 오후 1시에 문을 열어 5시에 닫는다. 금요일 오후 1시에 그곳을 찾았다. 우리가 그날의 첫 방문자인 듯했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책방에 발을 내디뎠다. 어디선가 은은한 나무 향이 퍼진다. 중앙에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그림책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벽을 중심으로 죽음과 마음 챙김, 여성, 식물과 자연 등에 관한 책들이 진열되었다. 그림책은 나무와 환경, 삶 등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싶는 책들이 모였다.    


불과 며칠 전에 읽었던 책 두 권도 이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어떤 건 오래전에 읽었지만, 마음에 두고 있던 것들이었다. 책방 주인과 왠지 작은 고리로 이어진 듯했다.    

 

죽음과 마음에 관한 책들이 정성스럽게 모여있어 특별했다. 이곳을 책방지기와 남편인 죽음학을 강의하는 정현채 서울대 의대명예교수와 함께 만들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건넸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책방지기의 짧은 물음에 이곳을 찾게 된 이유를 말하고는 궁금했던 몇 가지를 물었다. 그는 천천히 답해주었다. 


그동안 여러 곳의 책방을 돌아다녔지만 이처럼 따뜻한 곳은 오랜만이었다. 작은 책방은 어떤 곳보다 사람냄새나는 곳이어야 한다 여긴다. 그럼에도 그런 일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은데 흔하지도 않았다. 


천천히 공간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들어섰을 때 다가왔던 감정들은 책방을 운영하는 이의 지극한 마음씀의 시작이었다. 천천히 섬세하게, 짧은 시간 귀 기울여주고 답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책방에 책을 보러 갔지만, 책과 거리가 생기는 곳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다녀가다 보니 책이 훼손되는 등 여러 일이 일어나니 그랬으려니 이해하면서도 조금은 아쉬웠다. 오랜만에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책을 집중해서 펼쳐볼 수 있는 작은 책방을 만났다.      

작아서 가능한 것들이 함께 모였다. 여유 있게 읽을 수 있고, 혹시 책을 읽지 않더라도 뜨거운 햇볕을 피해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필 일은 없다. 곳곳에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의자에는 배려와 생각, 휴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편에는 책방지기의 소장 책들이 놓여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더운 날씨에 더위를 달래라고 시원한 허브차도 준비해 두었다. 책방 이름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책방이 위치한 곳이 조천읍 '와산리(臥山里)'인데 첫 자인 '누울 와'를 풀어 누운산으로 지었다고 한다.   

 

산을 떠올리면 하늘을 향해 가파르게 우뚝 솟아 있는 걸 연상하게 쉽다. 누워있는 산이라니 잠시 멈칫했다. 모두가 그러하다고 여기는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으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호기심이 이끌었던 여름날 책방여행에서 틱낫한 스님의 《고요희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을 골랐다. 엄마의 집에서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 공항에서 잠시 읽었다. 이 책이 여름날 마음속, 누워있는 편안한 산을 만드는 작은 씨앗이었으면 좋겠다.


누운산책방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와선로 164-2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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