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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Feb 20. 2017

후기 - 정유경


1. 해외 통합기행 준비     



해통을 가기 한 3주 전 쯤, 즉 방학하기 직후부터 우리 팀은 바빴다. 팀 티, 워크북, 문화교류 공연, 수업 준비, 체육대회, 음식교류 등 준비하고 회의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많기도 많았지만 분명히 무리하게 만났던 일정이라고 생각한다. 1월 시작하는 날 부터 출국하는 날짜 15일까지의 기간 동안 쉬는 날이 4일?5일?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나에게는 적은 날이었고, 쉬는 날이 생길 수 있었던 이유도 널찍하게 나눠져 있던 일정을 한날에 붙였기 때문에 남는 날이 생길 수 있었으니 만나는 날에는 하루의 대부분을 해통에 써야만 했던 것도 맞다. 사실 평소 같은 방학이었다면 나는 ‘아, 내 방학!’ 하고 끝났을 일이었겠지만 이번 방학에는 생각해야 할 것도 내가 해봐야 할 것도 많았던지라 내 신경이 해통으로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해통을 우리 팀 친구들과 같이 준비하면서 즐겁고 열심히 했던 부분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아쉬운 해통 준비기간 이었다. 해통 준비와 나, 두 개의 문제에서 하나에만 온전히 신경을 쓰지 못하기도 했고 내가 갈팡질팡해서 두 개의 문제가 다 애매하게 끝난 것만 같았다. 결국 그렇게 해통 준비기간은 끝이 났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잠시 어딘가에 넣어두어야 하는 문제로 변했다. 왜냐하면 1월 15일 일요일, 내게 출국날짜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2. 해외 통합기행 기간     



(1일차) 아, 공항은 정말 힘들었다. 새벽 몇 시였지? 기억도 안 나는데 힘들었다. 아무튼 필리핀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나르고 마닐라 숙소로 이동을 했다. 공기가 무지하게 안 좋았고 무지하게 더웠다. 뭐? 긴팔? 침낭? 이러고 있었다. 그렇게 불신에 쌓여 있다가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 근처에서 주민 분들이 무슨 악기를 연주하시는 것을 보고 알짱거리다 배우게 됐다. 생각보다 인연이 질겼던 악기지만 재밌었다. 처음으로 우리가 필리핀 사람들과 자연스레 섞여 놀던 좋은 기억이다. 그리고 마닐라 아이들이랑 한창 놀았다. 처음에는 엄청 어색해 했는데 꾸준히 말을 거니 같이 놀 수 있었다. 이때 짝짜꿍 놀이인 젤리젤리피쉬 놀이를 배웠다. 아이들과 헤어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페스트 푸드 체인점인 졸리비라는 곳 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제일 많았다 하하). 12시간 버스를 타기 전이라 멀미할까 긴장해서 식욕도 없었고 느끼하지 않은 것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망할 졸리비에는 그런 것 없었다. 그래서 밥 깨작 먹고 나왔다. 아 졸리비 안에서 아이샤 남매도 만났다. 저녁도 먹고 파트라슈와 놀다 보니 버스 시간이 다가와서 짐 옮기고(그 전에 우리 짐을 빼고 교육물품들을 박스에 몰아서 박스를 줄이는 작업을 했다) 우리는 버스를 기다렸다(+스타벅스 경찰 화장실) 몇 번의 실망 끝에 버스가 도착했고, 탔다. 버스 안은 온통 퍼랬다. 나는 멀미만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해서 자일리톨 껌 두 개 씹고 이어폰 끼고 바로 잤다. 깨니 


(2일차)였다. 한 2시간이 지난 나의 필리핀에서의 2일째였다. 창밖으로는 완전히 어둠이여서 아무것도 못 봤고 박건영과 내 다리는 엄청 부운 채였다. 다. 진짜 엄청나게 부어있었다. 잠시 버스가 쉬는 시간을 갖기에 다리를 필 겸 잠시 밖으로 나갔는데 내가 점프해서 착지한 턱 앞은 바로 낭떠러지였고 버스 라이트로 비춰진 것은 안개와 라이트를 가로막은 내 그림자밖에 없었다. 오싹하기도 신기하기도 했지만 추워서 버스로 들어갔다. 아 버스 안이 추웠다. 계속 으슬으슬해서 잠을 계속 깼다. 암튼 또 깨니 밖에는 아침을 맞는 산 속이었고 곧 사가다(나?)에 도착했다. 개들이 많았고 마닐라에서 봤던 신기한 디자인의 대중교통 같은 버스도 많았다. 키니웨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가는 길 내내 풍경이 좋았고 뒤에 매달린 빡 쌤도 웃겼고 그때부터 조금씩 설렜다. 키니웨이에 도착해서 내렸는데 정말 예뻤다. 짐 옮기고 처음으로 땅콩버터랑 커피를 먹는데 말도 안 되게 맛있었다. 날씨도 좋았다. 숙소로 가면서 행복했고 도착하니 더 행복했다. 숙소도 마음에 들었다. 계속 그런 감정만 드니 필리핀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인 스파게티를 먹고(맛있다) 마을탐방을 갔는데 내가 생각한 것 보다는 넓었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좀 낫선 것들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각자 호스트들과 만남을 가졌다. 박건영과 나의 호스트는 아이작이라는 친구였다. (오! 아이작!!) 아이작이랑 마을 산책을 하고 어느 산 공터 같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작의 피제이라는 (오! 피제이!!) 친구를 만나서 마을 산책을 하다 집으로 흩어졌다. 첫 만남이니 분명히 어색하지만 처음에 할머니랑 얘기할 때 대화가 연결이 안돼서 특히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작이 해준 저녁을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저녁 먹고 아이작이랑 집 거실에서 이야기 하려니 힘들었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고 아이작이 나가자고 했다. 집에 대려다 준다는 건 줄 알았는데 피제이 집에 가려는 것이었다(별 보고 진짜 놀랬다). 피제이 집에서 우리가 하는 놀이들을 알려주면서 즐겁게 논 뒤 숙소로 돌아갔다. 하루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난 뒤 취침했다.

 (3일차) 수업을 하는 날이어서 세인트 제임스 스쿨로 갔다. 안주연, 박건영, 나 이렇게 팀이었고 우리는 유치원 교육을 맡았다. 유치원은 오전반과 오후반이 나뉘어져 있어서 그거에 맞춰 진행을 했다. 첫 만남이라 긴장했는데 애들이 너무 말을 잘 들어주고 좋아해줘서 고마웠다(귀엽고). 그리고 오후반, ‘모어 익사이팅‘ 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반이 왔다. 확실히, 정말 모어 익사이팅 했지만 귀여웠다. 뭐 만들고 하는 시간에 우리도 같이 만들고, 같이 놀고, 수업이 딱딱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좋았고 그래서 선생님이 아닌 친구처럼 다가가기 더 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이들과 하는 수업이랑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작과 시간을 보냈다. 나노 블록을 완성시켰고 밖에 나가서 같이 별 구경도 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었었다. 

(4일차) 이날은 유치원 교육이 아닌 4학년 교육이었다. 전날 밤에 애들이 4학년 진짜 힘들 거라고 막 겁줘서 사실 조금 쫀 채로 교실로 들어갔었는데 생각보다 걱정을 너무 많이 했었던 것 같고 선입견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온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애들이 하도 탈 타령을 해가지고 점심시간에 남은 탈이 개수가 부족해 반으로 잘라서 막 나누어 쓰고 그랬다. 탈이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 아무튼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되자 애들이 우르르 나가서 잡기놀이 하고 그랬는데 막 텀블링을 하고 봉을 기어오르고 진짜 날라 다니는 모습에 나랑은 인종이 다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놀고 나니 수업이 끝나서 너무 아쉬웠다. 아이들이랑 인사하고 사진 찍고 그러는데 오늘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서러웠다. 친해진 친구들이 보고 싶을 거라고 우리 잊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고맙기도 하고 진짜 아쉬웠다. 친해진 프린세스, 벨린, 레슬리는 아이작을 기다리는 동안 나랑 박건영이랑 놀았다. 아이작이 수업이 끝나자 아이작 네에 가서 우리 일정을 말씀드리고 밥 먹고 놀고 했다. 트래킹 전 날이라 숙소에 평소보다 일찍 가서 잤다 (이날 별똥별을 봤다).


 (5~6일차 트래킹) 트래킹을 가기 위해서 굉장히 일찍 일어났었다. 침낭을 개고,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와서 세인트 제임스 스쿨 앞으로 모였다. 가방에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무게가 나갔다. 우리의 트래킹을 도와주실 세인트 제임스 스쿨의 선생님 몇 명 까지 도착하자 트래킹을 출발하였다. 초반에는 내리막길이 무지하게 많았는데, 날씨도 좋고 풍경도 멋있는지라 신나게 뛰고 애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즐겁게 갔다. 그리고 오르막길도 있었는데 그때 햇빛도 강해지고 있었고 짐을 들고 올라가려니 좀 지쳤다. 오르막길이 지나니까 이제 평지길이 나왔다. 가면서 보이는 마을 몇 개에 속아서 멍하니 걸어가는데 갑자기 마을이 앞에 딱!! 있었다. 신나서 뛰어다니다가 마을로 들어가서 바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가 정말 좋았는데, 청록색 지붕에 뒤에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 들판에 혼자 붉은 나무 하나만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멋있었다. 잠시 교무실에서 쉰 다음에 문화교류 공연을 하러갔는데 몇몇 애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 곳 학생들과 우리는 어색 그 자체였다. 해통을 생각해 보면 어색함을 이겨내야 했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공연이 시작되고 우리가 먼저 공연을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었다. 그렇게 1부 공연이 끝나고 밥 먹고 오후 공연을 시작했다. 부채춤이 호응이 좋았고 사물놀이도 재밌게 했다. 그리고 여기서 처음으로 강사를 접했는데 우리는 3번 문화교류를 하면서 강사를 3번 봤다. 그리고 사용하는 악기가 마닐라에서 배웠던 그 악기라 엄청 반가웠다. 그리고 독수리랑 벼를 흉내 내며 춤을 추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우리 애들도 다 나가서 같이 하니 재밌었다. 그리고 체육대회 하고 하니 처음보다는 덜 어색했지만 그래도 친해지진 못했다. 그렇게 교류시간이 끝나고 헤어졌고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린 일정이 아쉬웠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물도 차갑고 시설은 열약했지만 그래도 시원했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샤워하고 뛰쳐나오니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밥시간에 늦어서 얼른 먹으러 갔는데 많이 움직여서 그랬는지 정말 밥이 맛있었다. 그래서 한 3그릇? 먹었다. 저녁 먹고 샤워도 끝이 나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찾아 왔으나, 너무 피곤해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끝나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곳 학생들은 캠핑을 하러 떠났고 우리는 다음 마을로 향했다. 두 번째 트래킹은 초반에 길이 정말 험했는데 어떠했냐면 길이 좁아서 한명씩만 지나갈 수 있었고 정말 자칫 옆으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바로 떨어질 수 있는, 그런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던 곳 이였다(풀숲에 가려져서 낭떠러지 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산을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어떤 친구들은 조금 많이 힘들어했고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산 하나를 다 내려오고 계곡에서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과자도 먹고 물에 손도 담가보고 그러다가 흔들다리를 건너고 본격적으로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더워지고 짐도 있으니 산을 올라가는 것이 평소보다 배로 힘들었다. 가파르기도 했고 올라가니 나무도 없어서 꽤 더웠다. 두 번째 마을도 도착하고 전 마을에서 했던 일정이 비슷하게 시작됐다. 조금 달랐던 점은 체육대회가 체계적으로 진행 되서 재밌게 놀 수 있었다. 트래킹 일정이 끝나고 이제 버스를 타고 다시 키니웨이로 돌아갔어야 했다. 멀미가 조금 걱정됐지만 멀미는 하지 않았고 버스 안에서도 내내 신나게 갈 수 있었다. 키니웨이에 도착하니 막 내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여서 행복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자 홈스테이 친구들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아이작이 정말 반가웠다. 처음으로 홈스테이를 하는 날 이었는데 아이작이랑 카드놀이도 하고 대화도 하다가 자니 홈스테이를 왜 이제하나 싶었다. 

(7일차) 홈스테이 친구들과 프로그램을 하는 날이었다. 전체적으로 준비는 정말 잘 됐던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는데 팔찌를 홈스테이 친구들이 생각보다 너무 지루해 했다. 그래도 다른 프로그램(발리볼, 피구, 공책, 이야기나누기)들은 진행이 잘 됐는데 아이작이랑 피제이가 서로 너무 친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도 둘이 붙어있어서 조금 난감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머지 프로그램도 잘 끝내고 이제 뭐하나.. 하고 있었는데 홈스테이 친구들이 노을을 보러가자고 해서 발걸음을 향했다. 가다가 정말 귀여운 강아지도 보고 신나게 가다보니 노을 보기 좋은 곳에 도착했다. 해가 지는 것이 보였고 정말 예뻤다. 예쁘다는 말 밖에 안하는 것 같지만 예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이 뒤로는 기억이 잘 안 난다) 


(8일차) 이 날은 교회를 갔다 오고 나서는 홈스테이 친구들과 자유 시간을 보내는 날 이였다. 교회에서 못 만났던 프린세스랑 벨린을 만났고 2시간가량 앉아 있다가(여기는 교회에 개들이 들쑥날쑥 거렸다)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을 하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먼저 요리교류를 시작했는데 프라이팬이 널찍하지도 않고 호떡이 잘 익지도 않아서 처음에 엄청 고생하다가 나중에 갈수록 스킬이 늘어서 가족 분들에게 맛있게 해줄 수 있었다(아이작의 이모는 조리법을 받아 가셨다!). 또 남은 호떡은 피제이 집에 가서 나눠 먹었는데 호응이 좋았고 윤경하랑 안도현이 만든 부추전은 정말…….ㅋㅋㅋ   암튼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애들이랑 나가서 농구 한 게임 하다 피제이의 할머니 집에 갔다. 얘기도 나누고 뭐도 먹고 했다. 그 다음 주디의 생일파티에 가게 되었는데(가는 길에 노을이 정말 예뻤다) 사실 주디라는 친구도 잘 모르면서 가가지고 엄청 먹고 왔다. 망고, 스파게티, 머핀, 등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망고만 3접시 먹은 것 같다. 모여 놀다가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9일차) 이 날은 월요일이라 등교를 하는 날 이여서 일찍 일어나 아이작과 함께 출발을 했다. 그 날은 문화교류를 하는 날 이었고 조금 익숙한 곳에서 하는 거라 더 설레고 신났었다. 문화교류도 끝나고 체육대회도 하고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고 잠시 헤어졌다가 아이작 집에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아이작이 가방을 선물로 줬다). 키니웨이에서 마지막 프로그램인 송별회를 했다. 이야기 나누고 사진 찍고 그러는데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밥 먹고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숙소로 친구들은 집으로 갔다. 마지막 밤인데 구름이 껴서 별은 못 본 것은 정말 슬펐다. (마닐라에서 마지막 2+중간지점) 새벽에 버스를 탔다. 바로 마닐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중간지점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버스가 엄청 덜컹거려서 계속 머리를 벽에 박았더니 혹이 났다. 중간 휴게소에서 밥도 먹었고 아침을 먹으니 잠이 깨서 창밖을 보며 왔었다. 중간 지점에 도착하니 점심 먹고(비빔밥 문제의 김치볶음밥) 자유시간이 생겨 이곳저곳 돌아 다녔다. 버스 시간이 되서 또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마닐라에 도착했다. 마닐라에 도착하니 정말 바로 키니웨이로 가고 싶었다. 공기도 너무 안 좋았고 도시 분위기도 안 좋았다. 키니웨이에서는 힘들어도 지치는 기분은 없었는데 마닐라는 밖에 나오면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지쳤다. 저녁도 못 먹은 채로 도착해서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포장해서 갔다. 짐을 던져두고 밖에서 밥을 먹는데 파트라슈가 왔다. 오랜만에 봐서 기분도 좋았고 우리 해통이 이제 거의 끝났구나 싶기도 한 순간이었다. 방을 정하고 들어가서 놀고, 파트라슈가 방에 들어오고 그랬다. 숙소가 아늑하고 샤워도 하고 에어컨을 트니 시원하기까지 해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 날은 마닐라를 관광하는 날 이였는데 정말 나가기 싫었다. 그냥 숙소 근처에서 파트라슈랑 마닐라에서 봤던 애들이랑 놀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기는 했는데 정말 마음속으로 키니웨이만 외쳤다. 공기.. 공기! 날씨는 그렇다 쳐도 정말 공기가 안 좋았다. 밖에서 돌아다니기 싫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화점에서 살 것 사고 숙소로 돌아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공항으로 향했다.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표를 끊고 비행기에 탔다. 우리의 해통이 끝이 났다.    

 

3. 해외 통합기행 이후     

여운을 느껴볼 틈도 없이 비행기에서부터 난리가 났다. 속이 안 좋아서 밥도 못 먹고 가는 내내 비행기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토했다. 도저히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건 무리여서 엄마를 부르고 차를 타고 가는데 계속 멀미를 해서 집에서 나올 것도 없는데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다 겨우겨우 잠이 들었고 한 하루를 꼬박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아파서 설에 못 내려갔다. 집에서 지내다가 좀 몸 상태가 나아지자, 눈을 돌릴 틈이 생겨서 밖을 봤는데 보던 것이 너무 달라져 있었다. 꿈에서 정신없이 깬 기분이었다. 갑자기 키니웨이에서 있던 기억이 흐릿해지고 나와는 동떨어진 기억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 멍하게 지냈다. 뭘 해도 집중이 힘들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싫었다. 키니웨이에서 단순하게 살 수 있었던, 살아봤던 시간들이 그리웠다. 잔 것들을 고민할 틈도 없이 계속 변화하고 새로움이 있었던 시간들을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또 시간이 지나니 감정이 좀 덜해지고 이제는 괜찮지만 새로운 마음이 생겼다. 세계의 여러 곳을 가보고 그 곳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좀 더 해보고 싶다. 이번 해통에서 그런 방식을 통해 내가 많이 행복했고 즐거웠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아이들, 홈스테이 가족, 풍경, 등 다시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때는 좀 더 오래 머물면서 후회를 덜 하게끔 지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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