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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Feb 20. 2017

후기 - 마지민

난 아직도 키니웨이의 황홀한 노을 녘과 수놓인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내게 필리핀의 첫인상은 자본주의와 마약이 가득한 나라였다. 우리는 준비 기간 동안 필리핀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나는 필리핀이란 나라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는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마 나는 일부분의 편견을 가지고 떠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이외에 준비기간은 우리에게, 나에게 있어서 순탄한 듯, 하지만 또 꼭 그렇지는 안은 듯 흘러갔던 것 같다. 준비기간만 한 달.. 뭔가 이것저것 준비 할 것이 남달리 많았던 우리는 지겨울 정도로 얼굴을 맞대며 회의하고 연습하고 준비했던 것 같다. 단 한 번의 값진 경험을 위해. 솔직히 지치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마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팀장으로서 잘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 내가 팀장으로서 잘 이끌어 가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큰 쓴 소리 하지 않고 잘 따라 와준 팀원들이기에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난 기나긴 준비기간을 거쳐서 필리핀이란 나라에 발을 두게 되었다. 처음 필리핀을 갔을 때 우릴 맞이한 것은  이국적인 풍경, 습하고 더운 날씨, 들려오는 외국어가 아닌 Welcome to Manila라고 우리를 환영하는 LG회사였다. 그리고 차를 타고 숙소를 향하는 길의 마닐라는 차안에서 울려 퍼지는 조용하고도 느긋한 노래와는 다르게 너무 바삐로웠다. 새로운 것 이였다. 보이는 매장들은 다 눈에 익은 것들 이였고 흐르는 강물은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인 것처럼 보였다. 모두 내 맨눈으론 처음 보는 장면들이였다. 그러고 빈민가에서 조금 더 가니 바로 고층빌딩과 상점들과 커다란 전광판들이 나타났다. 별로 차이나지 않는 거리와 공간 사이에서 전혀 다른 두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공간과 세계에 맞춰서 살아간다. 정말 남처럼. 차안에 흐르는 느린 반주의 음악에 씌어 평화롭게만 보이던 마을은 창문을 열게 됨과 함께 깨졌다. 그곳은 단조로운 재즈도 동화도 아닌 삶이였다. 도대체 누가 세상을 만들었기에 이토록 태어날 때부터 분명하게 불공평할까. 말로만 들을 때와 눈으로 직접 볼 때의 차이는 극심하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차로 몇 시간 이동하고 나서 우리는 사가다를 가기 전 한 마을을 들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아주 값진 경험들을 했다. 숙소근처에서 할일이 없어 어슬렁거리며 있으니 때마침 강사를 하고 있던 분들이 우리들에게 그걸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였다. 낮선 사람인 우리들에게 깊은 미소를 넘치도록 주며 강사를 가르쳐주고 마음이야기도 해주셨다. 또 그곳의 아이들과도 서로의 게임들을 공유하며 친해지게 되었다. 정말 아이들은 한명한명 너무나도 사람스러웠다. 애들이 순수한 큰 웃음소리는 최고로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그 숙소에 있는 동안 난 그들의 미소와 따뜻함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뒤로한 채 14시간동안의 새벽차와 지프카를 타고 베사오로 이동했다. 도착한 후 정신과 육체는 산듯했고 그렇게 난 평생 그리운 키니웨이에 도착했다. 첫째 날만 해도 난 이 낮선 환경이 신기하고 소중하면서도 한편으론 낯설고 더부륵 했다. 하지만 그곳의 친절한 주민 분들과 귀여운 아이들 , 맛있는 밥과 무엇보다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덕분에 (생각해보니 그곳에 있는 동안 풍경들을 보기에 정신없었던 것 같다) 난 그곳에 누구보다 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이 종이에는 다 쓸 수 없을 만큼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처음에는 실패나 잘못이 없다. 그저 경험일 뿐" 그곳에서 인솔자 쌤인 룩형이 해주신 말이다. 그곳에서 초등교육을 하고 친구들과 사귀며 멈칫할 때 마다 그 말이 많은 힘을 주었던 것 같다. 


 키니웨이에 있는 동안 주로 초등교육과 호스트 친구와 놀며 시간을 보냈다. 우선 초등교육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가장 힘을 쏟아 부은 프로그램 이였다. 난 1,4학년을 맡았다. 그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다하고 나니 몸은 고됐지만 정신은 치유 받은 기분 이였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린 너무나도 친해졌다. 작별이 눈물이 날 만큼.

"Are you good today?"

"yes!"

"school was good today?

"yes!"

"It's because of me? 

"yes! l like you"

                 -나와 제레미-     


그리고 호스트 친구들과 함께한 나날들도 너무 지금은 추억이 되 버렸다. 나의 호스트인 메이조이 집에서 지내면서 초반의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숙소에 일찍 들어갔다가 혼이 났었다. 초반의 침묵을 견딜 수 없어 자꾸 벗어난다면 너희는 절대 그 친구와 친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어색한 침묵 속에서도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반복되자 메이조이랑 말을 하고 그 공간속에 있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메이조이와 함께 있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비록 다른 친구들의 팀을 부러워하고 조금 투정도 부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랬던 내가 부끄럽다.) 메이조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본 밤하늘은 못 잊을 것이다. 

이렇게 난 정이 잔뜩 뭍은 키니웨이와 헤어질 때 난 ‘안녕’이란 단어가 그렇게 말하기 힘든 단어일줄 몰랐다. 마지막 까지 이곳을 눈에 담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제 내게 해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갔다. 한 밤에 꾼 꿈처럼 영원할 것 같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 후유증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내게 있어서 해외통합기행은 달콤한 꿈같은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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