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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ug 01. 2020

조금은 다른 토요일

최근 계속 휴일 이틀을 대치동을 왔다갔다 했다.

이번주도 토일을 대치동에서 보내기는 싫어서 어썸 스쿨의 토요일 수업을 신청했다.


안양의 충훈고 수업이었고 경인교대에서 진행했다.


진로탐색 보고서 활동과 연계되어 하는 프로그램이라 어썸스쿨도 따로 수업안을 만들었고 어썸 스쿨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안과 수업 ppt를 충분히 숙지했다.


수업과 관련해서 전지가 필요해서 어제 5개 묶음의 전지 2개를 사고 마치 스타워즈에 나오는 레이저검처럼 수원에서 안양까지 두개 묶음의 탄탄하게 원형으로 포장된 전지를 들고 같다.


어썸 스쿨에서 제시한 ppt와 수업 방향성을 살펴보고 분명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판단해서 수업 중간에 들어가는 정서 유대감을 위한 게임도 다 삭제하고 진행했는데 역시나 수업 시간이 부족했다.


변명이 아니라 나는 교사시절에도 수업 시간을 잘 지키기로 유명했다. 종소리가 나오기  바로 직전 수업을 끝낸다. 더 욕심내지 않는다. 교사도 학생도 그 10분의 쉴 권리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럼에도 수업시간이 부족했다.


수업 중간 한 모듬 아이들이 단사를 찍는데 같이 찍자고 하였다. 그래서 최대한 노력해서 친절하게 같이 사진을 찍어주었다.(원래 그런거 잘 안하는데, 아니 못하는데)어썸 스쿨의 출강 경험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나와 단사를 찍자는 학생들은 처음이었다.


기본적인 설명과 안내가 끝나고 활동- 피드백- 강의- 활동- 피드백-최종 결과물 작성 등의 수업 과정을 진행하였고 내게 사진을 같이 찍자는 그 모듬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어 좀 더 집중해서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주었다.



어썸 스쿨에서는 수업 설문지와 그에 해당되는 사진을 보고서 형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절대 개인 sns나 블로그에 올리지 않아야 한다. 오랜 교사 생활의 경험에서 아이들의 개인정보에 관한 민감성을 잘 알고 있지만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이 모둠 친구들이 먼저 단체 셀카를 요청했기에 내 초상권과 이 아이들의 초상권과 맞바꾸었다는 서로 간의 암묵적 동의를 했다고 생각해서이다. ^^


이 친구들은 기업가 정신과 관련한 강의 내용이나 구체적인 문제발견 및 해결과정 솔루션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어떤 모둠보다 질문을 많이 했고 나의 피드백을 너무 고마워했고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한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어쩌면 남들이 보면 유치할 수고  있고 또렷해 보이지도 않는 문제 발견을 시작으로 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내 일상, 내 주변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그 점을 가장 잘 실천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제기한 모둠, 화학 성품의  상품 사용에 따른 하수 배출의 문제 등등 어떻게 보면 고등학생 치고는 꽤 높은 수준의 문제를 진행한 친구들보다 '진로를 찾는 방법'이라는 우리의 일상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수업에 가장 적합한 문제 발견 및 기회 포착을 잘 이해한 모둠이었다.


시간이 부족해 최대한 활동 시간을 많이 주고 마무리 수업 멘트도 삭제한 채 수업을 끝내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모듬 아이들이 수업 후에 와서 "우리 이제 다시 못보는 거에요?", " 선생님 좋은데 , 연락하고 싶은데" 등등의 이야기를 하며 수업 후에 내게 왔다. 너무 고마웠다.


나도 청소년 진로교육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안양하고 수원 멀지 않으니까 나중에 상담하러 오라고 하며 단체와 관련된 정보와 내 개인 전화번호를 건네 주었다.


참 너무 고마웠다. 단 3시간의 수업이었는데. 그만큼 안타까웠다 나도 교사였지만 오늘의 수업 장면에서 보여준 학교의 교사와는 다른 결이 모습, 그리고 학교 교사였고 청소년 진로교육 단체 대표고 대치 입시 컨설턴트인 학교 교사와 별 다를 것 없는 전문성(어썸 스쿨 강의는 아이들과의 라포 형성을 위해 강사의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공개하는 것으로 수업의 문을 연다)을 가진 사람의  친근함이 좋았나보다.


나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좀 많이 후회하고 지난 교사 생활을 되돌아봤다.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교사 시절에 너무 냉철하게 그리고 객관적인 지표들을 가지고 아이들에게피드백하고 만났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어쩌면 객관적 사실의 인식보다 그저 칭찬과 위안이 더 필요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고작 3시간 수업을 같이 했는데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힘이 되고 내게 힘이 되는 그러한 일상에서의 소통과 관계 그리고 그를 위한 내 문제, 나를 만나는 아이들의 문제의 솔루션을 잘 제시할 수 있는 교육자가  그리고 교육사업가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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