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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ug 05. 2020

삼척고 아이들을 만나다

지역 격차가 아이들의 꿈을 가둬놓은 시대는 지났다

지난 화요일 삼척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6시간 동안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왔다.

가기 전에는 몰랐다. 남고인지. 그리고 고1 남자 14명을 모아두면 어떤지. 남자 14명과 6시간. ‘자리에 앉아’만 과장 없이 백 번은 한 것 같다.      

삼척고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고1 신청자에 한해서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은 시행되었다. 하이원 리조트 지원 사업이라 기업가 정신 4시간과 진로프로그램 2시간이 결합된 기존의 어썸스쿨에서 세팅해 놓은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수업 활동 중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보드 작성과 미니 프로젝트 결과물은 역시나 삭막했다. 아기자기함은 없었다. 그래도 한 모둠이 꽤 잘 해냈다.      




진로 수업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대학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대학 입시 이야기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진로교육 프로그램 중 진로 보드 작성 자체가 대학 전공과의 연계 활동이 있어서 대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7교시 정상 수업 중이라 6교시 프로그램이 끝나면 각자 교실로 돌아가서 7교시 수업을 받아야 한단다. 그래서 담당 선생님께 한 시간 더 늘려서 아이들과 대학 진한 이야기를 더 나누어도 되냐고 문의했고 담당 선생님께서는 학교와 협의하여 허락했다.      

기업가 정신 수업과 연계하여 대입과 관련된 실질적인 이야기와 학업역량의 성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대략 정리해 보면      

-역량이 뭔지, 역량이 왜 중요한지, 대학과 기업에서 어떤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세상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면 꿈의 크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대학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정확히 확인해야 나의 희망과 관련된 학과 지원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이야기와 대학의 몇 개 학과 교육과정 살펴보기

-사회적 가치 추구가 중요한 트렌드라는 것을 이해하면 어떻게 전공희망과 희망 직업이 바뀌는지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하면 왜 나의 학업역량이 성장하는지

-교과수업과 지역사회 전문가와 연결하는 학습이 왜 중요하며 그걸 생기부에 기록할 방법은 무엇인지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어떻게 하면 다양한 청년 창업가와 소셜 벤처가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활동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런 활동을 어떻게 생기부에 기록할 수 있는지

-교내 교과학습-외부 전문가와의 연계학습-다시 교과학습과의 연계 등을 통해 수준 높은 교육역량을 키우는 학습 방법 안내.

-소셜 임팩트가 왜 중요한지 그런 활동을 이해하고 경험하면 왜 학생부 종합 전형에 유리한지

-마지막으로 오늘 같은 수업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생기부에 기재되어야 하는지     

오늘 신청한 14명의 아이들 중에는 최상위권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다들 어느 정도 중상위권의 학습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하루 6시간 수업은 참 힘들다. 그런데도 한 시간 더 자청했던 것은 쉬는 시간에 잠깐잠깐 이야기 나누면서 대학 진학에 대한 희망과 열망은 큰데 지역 조건의 한계에 갇혀서 자조하고 포기하는 부분들이 있음을 감지해서였다.

1학년 최상위권 학생임에도 이미 학생부 종합전형은 생각지도 못하고 교과나 정시로 결정하고 있었다. 사실 교과도 최저가 있으므로 이 지역의 학습 특성상 아무리 1점대 초반의 내신을 가지고 있었도 소위 사립 7개 대학은 가기 힘들다. 정시는 더욱. 기본적인 숫자(등급, 원점수 등)는 갖출 수 있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는 한다. 학교 자체가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 체계를 잘 못 갖추었을 테고 서울 경기권 아이들처럼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안되고, 그러다 보니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한 결과치는 떨어지고 체념하고 포기하다 보니 경험치는 점점 사라져가고 아마 전교 일등해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서울대 연고대 가기 힘들다는 무력화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숫자의 조건을 갖추기에는 최상의 학교이다. (많은 아이들이 동의했다) 분명 삼척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다. (하루 전에 내려와 잠시 둘러보다 발견한 시장 내 청년 그룹이 운영하는 공간을 방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런 외부 전문가와 교과학습을 연계하고 서울 경기권의 가장 트렌디한 청년 전문가를 만나고 교과학습과 연계하고 생기부에 기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감지되었다. 감지될 만큼의 교육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에게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꿈의 크기는 정보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는 지역의 특성에 갇혀 정보와 체험이 제한당하는 시대는 아니다. 여기 있는 너희들은 강남, 분당권 아이들보다 숫자의 지표는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면 너희들의 학업역량은 분명 성장한다.”      

그렇게 7교시의 수업을 진행하고 20분쯤 일찍 마무리하고 담당 선생님께서 준비한 생기부 기재용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자리에 앉아’만 백번 넘게 말하게 만든 아이들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주어진 20분을 넘게 숨소리도 들리만큼의 고요한 상태에서 빽빽하게 작성을 한다. 물론 작성 문구를 제시해주고 방법을 중간중간 알려주었다.      

수업 중에 사범대를 가고 싶다는 아이와의 이야기 중 강원대도 사범대 학과 많고 좋다는 이야기에 스무 살에는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강원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강원을 벗어나 이십 대에는 잠깐이라도 서울에서 살아보겠다는 아이의 말에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의 의미가 현재의 지방의 아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의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는 아이들의 요청에 더 테이블 세터 명함을 쌓아놓고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유쾌한 꾸러기들과의 7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중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제법 다 큰 아이들과 만남이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버스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았다.

10분 정도의 거리에 삼척항에 들려, 마침 제철인 조그마한 강도다리와 함께 정말 즐겁고 뭉클한 마음을 가지고 시원하게 소맥과 소주 한잔(이 아니라 각 한 병) 하고 왔다.     

이 꾸러기들의 사진을 올리고 싶으나 개인정보동의 범위 밖에 벗어나서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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