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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Sep 25. 2020

자소서 빌런

은 가까이에 있다

원서 접수와 마감이 시작되고 있다.

서연고는 오늘 마감, 고대는 자소서도 오늘 마감.

서울대와 연대는 오늘 원서 접수 마감, 서류 내일 마감

다른 대학들은 28일 마감, 서류는 10월 5일 마감인 학교도 았다


오늘 예전의 제자였던 아이 고대 자소서를 황급하게 봐주고 서연고 외 대학을 지원하는 몇 학생들의 자소서를 마감해주었다. 공식 단톡방에 '최종 완성하였습니다'라는 글을 보내는 쾌감은 생각보다 후련하다


학원비를 매개로 만났지만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보다 나를 더 존중하고 신뢰하고 감사를 표하는 분들이 꽤 많다,


이 시기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촌각을 다투며 멘탈을 붕괴 시키며 사람의 모든 기와 진을 빼게 만드는 시기이다. 그리고 교사와 컨설턴트에게도


마지막 완성을 앞두고 담당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뜻하지 않게 엄청난 빌런이 등장한다

그 빌런은 바로 교사들이다.


얼마전까지 교사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교사시절 늘 아이들과 처음과 끝을 함께 했기에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정말 괜찮은 학생들, 열심히 한 학생들은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자소서 첨삭을 해준다.

우선 담임, 그리고 학년부장,  그리고 성적이 꽤 좋거나 교사들에게 이쁨을 받았던 학생의 경우

담임, 부장 등과 같이 범주 안에 있는 관계의 인물이 아니더라도 국어교사까지 나선다.


자소서를 마무리 지었는데 아이들이 다급하게 연락이 온다

학년 부장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 ....


갑자기 자소서를 다 뒤틀어 놓는다.


인정한다.

그들의 관심도 전문성도

그런데 그럴꺼면 처음부터 같이해라


아이들은 정말 힘들게 자소서를 작성한다

혼자 하던, 아니면 나와 같은  컨설턴트를 만나서 하던

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혼자 쓴 것인지 학원에서 혹은 과외를 하면서 쓴 것인지


그런데 갑자기 서류 제출 일주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빨간펜을 드리댄다

그 빨간펜의 흔적을 가지고 나와 함께 자소서를 완결한 학생들이 다시 불안에 떨며 문의를 한다.


설득하다 안되면, 치사하지만 내 경력을 깐다.

지난 6월에 경기도 모 고등학교의 고3 담임 대상 자소서 특강을 한 공문을 깐다.

그래도 아이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해한다.

각자의 관점과 해석이 다르니.

근데 제발 그럴꺼면 처음부터 같이 해라. 쫌!!

막판에 대단한 전문가인처럼 빨간펜 들고 찍찍 줄그면서 권위를 내세우지 말고


지난 글에 세특과 관련해서 조금 이야기 했지만 세특과 마찬가지로 자소서에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교사들은

느낀점 성애자인 것 같다, 세특이건 자소서이건, 느낀점에 충만하며 느낀점을 강조한다


난 이에 대항에 배운점이 느낀점이라고 싸워보지만

이 유사과학과 환단고기와 같은 맹신에 홀로 싸우기는 버겁다.


아이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이상 자소서에 많은 노력을 한다.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시간을 투여하는 문제보다 정신을 투여하는 문제가 아이들에게는 더 힘들다


빨간펜 전문가가 되고 싶은 그대들이여 그럴꺼면 처음부터 같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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