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대입 전형 일정이 조금 밀리면서 연말의 여유를 느낄 시간도 없이 조금은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그런 중에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대면으로 수업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해서 1학년 기업가 정신, 2학년 트렌드 교육을 각 3시간씩 하고 왔다.
아침에 갑자기 쏟아진 눈으로 인한 교통 체증으로 늦을 뻔했으나 간신히 제 때 맞추어 시작을 하였다.
아침에는 그렇게 원망스럽던 눈이 오후에는 한없이 좋아 보였다.
다른 고등학교보다 유난히 활기차고 밝은 아이들도 그 이유일 듯하다.
얼마 전에 낯선 번호로 문자가 한통 왔다.
수시 상담 시기에 저소득 계층 대상으로 무료로 상담을 했던 분이었다.
이전에 쓴 <부성애>라는 제목의 글에 내용을 담은 그분이었다.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나도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보내주셨던.
그때 여러 조건을 보고 지원 계획보다 상향지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몇 개 학교는 상향으로 조정해서 지원할 것을 권유해 드렸고 여러 조건의 특성상 특정 대학의 가능성이 높다고 그 대학의 지원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는다 다행히 합격 대학에 그 대학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푸른 나무 재단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통해 수시 컨설팅 부터 자소서, 그리고 면접까지 함께 했던 한 학생이 경인교대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주었다.
여러가지로 뛰어난 면이 많은 학생인데, 가정 형편을 고려해서 재수를 절대 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에 비해 불안감이 커서 원래 꿈이었던 교대에는 지원하지 않으려고 했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의 아버님이 아이 모르게 따로 연락해서 꼭 교대에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고, 아이는 모르게 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여러번 설득 끝에 교대 두 곳을 지원했는데 그 중 한 대학에 합격했다.
그리고 몇 주전 역시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수험생 아버님이었는데 갑자기 00 대학, 00 대학 수시로 붙을 가능성 있냐는 질문을 주셨다.
아이가 수능을 잘 봤는데 아직 수시 발표되지 않은 학교가 두 곳이 있었다.
소위 '수시 납치'를 당하게 생긴 것이다.
1차에서 붙은 대학은 면접을 미응시하면 되고, 나머지 두 대학은 여러 조건들을 들어보고 떨어질 가능성이 한 대학은 70%, 다른 한 대학은 90% 정도라고 말씀드렸다.
최종 합격자 발표일에 '최종 탈락'을 확인했다며 연락을 주셨다.
제주도의 수험생이었다.
일정을 잡고 zoom으로 정시 컨설팅을 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상담을 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아버님께서 아이 키워왔던 이야기를 하시길 시작했다.
아이는 조금 민망했는지 줌 화면에서 벗어났다. ^^
직업이 군인이라 지역 이동이 많은데 제주도로 발령받고 와서는 딸아이에게 미안해 옆에 있어주고 싶어서 제주도로 전학시키고 아이와 함께 지냈다고 하셨다.
본인 때문에 제주도에서 중고등학교를 지낸 것이 미안해서 서울로 대학을 보내고자 수능 가채점 이후로 전전긍긍하시면 어떻게든 정시로 더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어서 여기저기 문의를 하다가 나에게 까지 연락이 오게 되었던 것 같다.
결혼도 하지 않는 내가, 아직은 비혼을 유지하는 내가 쓴 2021년의 마지막 글은 부성애와 관련된 글이다.
정시만 남은 수험생들은 이제 시작이겠지만
코로나로 유독 고난했던 한해 모두들 한 해 잘 마무리하고 좋은 새해 맞이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