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유치할 수가

10일간의 이야기

by 박찬학

뭉치와 함께 산지 10일이 되었다.


생활 방식의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하루에 두 번씩 청소를 하고

하루에 수도 없이 설거지를 한고

하루에 수도 없이 오줌을 닦고

하루에 여러 번 똥을 치운다


아침에 이불속에서 뭉그적 거리지 않고

일어나자마자 배변을 정리하고

뭉치 밥을 챙기며

내가 먹을 커피를 준비하고

청소를 시작하며

환기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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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손에 물이 많이 닿아서 인지

군대 시절 이후로 처음으로

손가락이 건조해서 갈라졌다.

굳을 살처럼 양 엄지 손가락이 딱딱해지더니

소나무 껍질처럼 쫙! 갈라졌다.

처음에는 왼손이 그러해서

피부 연고를 바르고, 수시로 보습제를 발라주어 다 낫는데

어제저녁에 갑자기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갈라졌다.

수시로 연고를 바르고 보습제를 발라도 잘 낫지를 않는다.

상처 크기에 비해 많이 아프다


책상은 바닥에 내려놓으면 안 될 것 같은 짐으로 가득하고

식탁으로 쓰던 좌식 탁자에서 뭉치와 함께 앉아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수업자료를 만드는 등의 업무를 보다 보니

무릎과 허리도 뻐근하다


쓰지 않는 휴대폰에 어플을 깔고

cctv로 활용하며 잠깐 외출을 할때도

혼자 있을 때 어떤지 틈틈이 지켜본다


그냥 가끔씩 정말 가슴이 '쿵'할 정도로

여러 표정, 몸짓 등에 설레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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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생활습관을 바뀌었다


데면데면한 시츄의 성격이 좋아

뭉치를 택했지만

이 무슨 유치함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화를 내고

소심한 복수를 한다


다른 강아지들 보면 막 달려와서

얼굴도 핥고

방방 뛰면서 좋아도 해주는데

뭉치는 그러지 않는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막 달려오지만

이내 밥 내놓으라는 몸짓을 한다

입질이 심해 손을 잘 주지 않는데

손을 깨물 수 없다면 아예 나에게 터치를 하지 않는다


식탐과 입질이 심해

이제 손을 잘 주지 않고

터그 놀이를 할 때에도 긴 장난감으로만

손을 높이 들고 잘 보지 못하게 하는데

손을 깨물 수 없다면 나에게 전혀 터치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늘 옆에서 자려고 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자다가도 일어나 먹을 것을 달라며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잘 때 자기 침대에 옮겨놓아도 이내 내 옆으로 와서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일어난다

KakaoTalk_20210224_215937102.jpg 한잔 거하게 하고, 길바닥에 앉아있는 중년의 아저씨 같다.

졸졸 따라다니는 것, 입질하는 것, 아무거나 입에 무는 것

그게 뭐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화를 내고

먹을 것을 준비하러 가다가도

데면데면하던 녀석이 꼬리를 치며 따라다니는 게 얄미워

바로 다시 자리에 앉아 버리고

아무거나 입에 무는 것이 화가 나

화도 내고, 으르렁(?) 거리기도 한다


별것도 아닌데

얄밉고, 속상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화를 내고

속상해하며

밥을 주는 척하다가 안 주고

눕혀놓고 막 뽀뽀를 하는 등

소심한 복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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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유치할 수가 없다


그래도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이런 나의 소심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런 감정의 소중함과 의미도 스스로 헤아려보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해던 나는 너무나 불편했던

그동안 나에게 그랬을 부모의 마음, 연인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도 다시 살펴본다


참 많은 노력을 한다


식탐 때문에 밥을 빨리 먹는 것을 고치기 위한 노력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

입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

숙면을 취하게 하기 위한 노력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이 혼자 산 시간이 길어서

업무 외에 내 삶에서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절실하게 해보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많은 것들을 배우는 요즘이다

KakaoTalk_20210224_220942531.jpg 남자는 핑크

그래도 정말 좋은 아이다


1. 배변을 완벽하게 가린다

실수하는 경우에도 매트에 싸는 정도이다


2. 짖음과 분리불안 없다

cctv로 살펴보면 먹을 것을 주고 나가면 다 먹고 한동안 먹을 것을 더 찾아다니며

돌아다니다 이내 가만히 누워 기다린다.

이게 좀 마음 아프기는 하다


3. 일상적으로 필요한 행위에 거부감이 없다

배변을 정리하기 위해 물티슈로 주요 부위(?)를 하루에도 몇 번씩 닦아주어도 저항이 없다

눈물이 많은 시츄의 특성상 눈물로 위한 눈 주의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해서

얼굴도 자주 닦아주고 파우더도 구매해 발라주는데 그것도 저항이 없다.

빗질을 할 때도 가만히 있는다.

드라이기 소음에 처음에는 무서워했으나 지금은 드라이를 하고 있어도 옆으로 온다


다만, 눈 주변의 털이 눈을 찌른다고 해서 눈 주변의 털들을 짧게 잘라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때는 저항이 좀 있다


4. 식탐이 많다

시츄의 특성인 식탐 문제로 여러 가지 안쓰러운 일들이 있으나 불편한 점은 없다

오히려 식탐이 많아 음식으로 여러 교육을 시키면 효과가 금방 난다

시츄는 여러 견종 중 지능이 70위라고 하는데, 시츄를 키우는 사람들에 의해 제기된 소위 '시츄 천재설' 시추의 성격상 다 알아듣는데 귀찮을까 봐 못 알아듣는다는 말이 정말인 듯한다

식탐 때문에 식분중이 많이 나타난고 하는데 식분중도 없다.

그리고 식탐이 많아 채소도 잘 먹는다

그동안 당근, 오이, 배추, 양배추를 줬는데 개껌 먹듯이 아주 잘 먹는다

그리고 치약맛마저도 좋아해서 양치질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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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가 미숙한 동거인이라 노력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서로의 좋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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