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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Jul 19. 2022

분진중학교 공공소통디자인



지난주 목금 이틀 동안 경기도 학생교육원에서 김포 분진중학교 학생들과 이틀간, 총 6시간에 걸쳐 공공소통디자인 수업을 했습니다.

1, 2, 3학년 총 학생 수가 40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로 벗밭의 백가영 대표와 함께 1, 2, 3학년 통합수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를 소지하게 하여, 구글 pt를 중심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소셜벤처 조사하기- 크라우드 펀딩 사례 조사하기- 문제 상황과 솔루션 사례 조사하기 등을 걸쳐 최종 공공 메시지 디자인하기와 나만의 단체 로고 만들기로 마무리했습니다. 


처음 사용해보는 구글 pt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 초반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는데 역시 아이들은 금세 적응을 하고 이후 활동은 아주 능숙하게 해냈습니다. 

구글 pt와 관련한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윤리는 다른 사람의 활동 기록을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재미있었는지 친한 친구의 기록도 삭제하거나 다른 아이의 보드에 낙서를 하는 등의 행위가 반복되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몇 차례 반복해서 설명하니 이후에는 그런 사레가 나오지 않을 만큼 아이들이 잘 따라 주었습니다. 


시간이 다소 부족해서 크라우드 펀딩 기획하기, 문제 해결 사례 조사하기, 공공메시지 디자인 하기, 나만의 단체 로고 만들기 등은 활동에서 제외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수업 참여도와 결과물은 수준은 매우 높았습니다. 


소셜벤처 조사하기


크라우드 펀딩 사례 조사하기


첫날 수업 중에 쉬는 시간에 미리 캔버스를 활용해서 ppt를 너무나 잘 만드는 학생이 있어 다음날 수업할 공공 메시지 디자인하기를 잠깐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만들어보고 내일 친구들에게 제작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녁 늦은 시간에 카독으로 질문을 하면서까지 열심히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녁 쉬는 시간까지 할애해서 공공메시지 디자인 사례를 완성하고 발표해준 고마운 아이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지만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 그리고 공공메시지 디자인 역량은 제가 그동안 다녀본 어느 학교의 학생들보다 우수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에 비해서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어떤 면에서는 뛰어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완성한 공공 메시지 디자인



소개하는 수준으로 짧은 시간을 주었는데도 시도해 본 아이들의 결과물


현재 이 6시간의 과정을 한 학기 동안 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너무 아쉬울 만큼 분진중 학생들은 너무도 잘해주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다양한 안내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여러 과정들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분진중의 공공 메시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학교 생활에서 선후배 간의 어색함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 메시지 '하이파이브'입니다. 


이것을 제작한 학생에게 권위적인 선후배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아주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피드백을 해주었는데 이 학생은 선후배 간에 그런 거 없다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선배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한다던가, 후배가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적을 한다던가 하는 문화가 없다고 합니다. 

정말로 친하지 않은 선후배들이 학교에서 마주치는 순간에 어색하게 그냥 지나가거나 아무 제스처 없이 지나가는 현상이 아쉬워 같은 학교 구성원들끼리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보편적인 학교문화를 생각해보면 대단히 이례적인 학교였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참 좋은 학교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교육은 내용보다 문화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도합니다. 


이 학생과의 대화 후에 이틀간의 수업의 장면들을 천천히 되돌아보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전 교시는 아니었지만 꽤 많은 시간 수업에 참여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선생님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이 수업을 실시간 중계를 한다 

1, 2, 3학년 학생들이 함께 모여 수업을 하는데 위축되거나 발언에 제한을 두는 아이가 없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시도하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적극적이다. 


그동안 공교육의 혁신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교육과정 구성, 교과 교육의 내용 등의 활동을 많이 해왔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학교 문화'였습니다. 학교 문화가 해결되지 않은 한 교육과정과 교과 교육의 혁신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분진중학교 아이들과 수업의 과정이 즐거웠던 것은 아이들의 태도와 가치, 그리고 역량이었지만 이것을 만들어 낸 것은 결국 학교 문화의 힘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진단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교육과 관련한 제 중요한 신념은 "아이들은 교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성장한다"입니다. 

정면에서 말로, 자료로 설명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결국 학교, 교사가 추구하는 가치, 문화가 아이들을 성장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추구하는 철학, 교육가치, 민주적 운영 그리고 교사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가치와 태도가 정립되지 않으면 아이들의 성장은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이틀, 여섯 시간의 수업의 장면에서 본 분진중 아이들의 뛰어남은 아마도 전반적인 학교 문화가 다른 중학교에 비해 가치 있게 유지되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판단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소규모 학교가 가진 장점 잘 활용하고 있는 학교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먼 거리 이동이라는 고됨이 있었지만 정말 기분 좋고 즐거운 과정일 만큼 분진중 학생들의 수업 장면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한 학기의 과정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분진중 아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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