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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pr 18. 2016

예비 유권자들의 총선거

4월 7일 - 12일 

투표가 만든 세상 


기대하지 않았다.

모든 예상치들은 이 나라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는 징조들 뿐이었다.

너무나도 그 꼴이 보기 싫어 달고 살던 팟빵의 온갖 정치 관련 캐스트들도 한 달 가까이 외면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표권을 가진 이래 가장 재미있는 선거였다.

새벽 두 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전 안산 추모제 


많은 아이들이 폭우 속에서도 그날 광화문에 함께 있었다. 

투표의 결과는 0416 이 주년 추모식에 곧바로 나타났다.

차벽 없는 집회, 그리고 마음이 그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찬 폭우가 퍼부었지만 평안하고 희망찬 2주년이었다.  

투표가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아이들이에게 어떤 정도로 전해졌을지는 몰라도 다음에는 당당하게 유권자가 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참여하는 시민 되기 


우리나라는 선거 교육에 참 무책임하다. 

현재 중3인 아이들부터 다음 총선의 유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준비나 연습 없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투표를 하라는 요구를 한다. 그리고는 이십 대 초반의 투표권을 가진 집단에게 정치의식이 결여되었음을 기성세대는 늘 선거 때마다 졸렬하게 비판을 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워낙 총선 전 징후들이 기대가 되지 않았지만 아니 그래서 더욱 이번 기회에 예비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참여하는 연습을 수업해보고자 하였다.



우리만의 녹색 선거 


이우학교는 생태적 가치와 삶을 매우 중요한 교육이념으로 선정했다. 

그래서 생태 관련 교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가받은 학교의 특성상 정교사 배치가 불가능하고 강사 분을 모시려 해도 교사자격증이 필요하기에 대부분 이공계적 성향을 가진 '환경교육'전공자를 모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우에서 추구하는 생태적 삶은 인문사회학적 성찰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조차도 생소했던 '생태'개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대학원에서의 학습을 바탕으로 5년 전부터 역사교사인 내가 생태 수업을 맡게 되었고 지난해부터는 전담을 하게 되었다. (고3 필수)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거와 관련된 수업을 구상하면서 이른바 '녹색 선거'라는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  다섯 개의 정당을 제시하고(수업에서 너무 많은 양의 조사를 요구할 수 없어 특색이 드러나지 않는 국민의당은 제외하고 녹색 정치적 성향이 거의 없는 여러 군소정당도 제외하고, 녹색 공약이 많은 정당을 선정하다 보니 이렇게 다섯 개 당이 선정되었다) 확실하게 녹색을 표방한 녹색당의 각 정책에서의 녹색의 의미(기본소득, 소수자 권리 보장 같은 것을 녹색을 표방하는 당이 왜 중요한 공약으로 다루고 있나  등등 넓은 의미에서의 녹색 사회에 대한 설명포함) 를 설명해주고  각 정당의 정책 공약집을 보고 각 정당의 녹색 공약을 정리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정책 공약집이란 것의 존재조차 모르던 아이들에게는 각 당에서 만든 수백 페이지의 정책 공약집을 보고 놀라는 것부터 시작한 수업이었다. (새누리당은 무려 700페이지에 달한다)


협업을 통해 50분간의 시간 안에 각 정당별 녹색 공약을 조사하고 서로 공유하였다. 


각 모둠별로 정책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자신의 지지 정당을 결정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나누어보았다. 

'더불어 민주당이 가장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녹색당이 가장 진정성 있다' '노동당이 가장 선명하다' '녹색당이나 노동당의 녹색 공약이 더 구체적이고 생태적 전문성이 느껴지기는 하나 녹색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 진보정당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정의당을 찍겠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고3 아이들에게도  '전략적 투표'에 대한 개념이 있다는 것에 매우 뿌듯한 논의들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조사와 의견을 나누고 직접 투표를 해보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고3 학생회에 제안을 해서 4월 12일에 공개 개표를 하기로 하고 4개 반의 수업을 모두 마쳤다. 


https://youtu.be/m4_daQVXNWU


4년마다 하는 가장 재미있는 축제 


총선은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축제일 수도 있다.

전 국민이 각자 자신의 염원을 담아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그리며 만들어내는 축제 

올해 총선은 개표 전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개표 순간부터 아마 많은 이들의 정말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너무도 재밌는 축제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재미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 재미의 의미와 중요함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래서 4월 12일 점심시간 고3 학생들의 주도 하에 우리는 공개 개표를 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했고 우리만의 선거였지만 아이들은 진지한 염원을 담아냈다. 

그렇게 축제와 같은 즐거운 놀이가 끝났고 이제 이 아이들은 다음에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얻었다. 


https://youtu.be/Xe2wMHuSrUI



우리 반은 실패했다


고3 수업과 별개로 우리 반 아이들에게  pingkorea의 툴을 사용해 선거에 참여해보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았다. 



근데 22명 중 4명만 하였다. 4명만...ㅜ.ㅜ

아직 고1은 이런 것들에 매우 힘들고 어려워했다. 

다음 총선에 투표권을 가진 대상자에 대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며 그래도  함께 잘 해나가면 

2년 뒤에는 지금의 고3 아이들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참 즐거운 과정이었고 결과적으로 수업도 현실정치의 새로운 변화도 의미있는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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