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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pr 30. 2016

봄소풍

4월 27일 

험난했던 결정 과정 


소풍을 가자고 한 달 전부터 이야기 나왔다.

반에서 소풍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여론을 수렴하고 소풍 날짜와 장소까지 정했는데 가기 전날까지 설왕설래를 하였다.

소풍을 가기 싫은 아이들, 장소는 결정되었지만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 중간고사 끝난 날 가기로 하였지만 중간고사 끝나는 날이 다가오니 막상 부담되는 아이들이  '가기 싫어!'를 외치고 싶지만 공적인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명분'을 가지고 이야기하다 보니 쉽게 결정이 나지 않는 듯하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가기로 결정을 하였는데, 소풍 전날 소풍 준비 위원회가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준비와 진행의 문제로 다시 한번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가는 날까지 아이들의 결정이 어떠할지 나조차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회의 과정을 지켜보던 난 결국 '가고 싶은 사람만 가자'라는 제안을 하고 자리를 비워주었다.


집단의 선택 vs 개인의 선택 


소풍이 계획된 당일, 중간고사 마지막 날 아침 결국 소풍 준비위원회는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 것'으로 결정을 냈고, 22명 아이들의 '소풍 가기'의 힘겨운 결정 과정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1학년 아이들과 '세상 읽기'반이라는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공동체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이우학교의 교육 철학 속에서 '공동체성'의 올바른 이해와 이우 학교 생활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집단적 갈등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한 바램으로 '공동체주의 vs 개인주의', ' 공동체주의 vs 집단주의' , 공유지의 비극과 무임승차로 이야기될 수 있는 '개인의 선택 vs 집단의 선택' 등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희미하게나마 수업의 내용들을 현실의 삶의 과정에서 시험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결국 '가고 싶은 사람만 가기'로 한 아이들의 결정이 끝이 나고 난 '무언가를 함께하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가 다 함께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들을 여럿이 함께 자주 시도해보도록 하자'는 말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마무리했다.


22/17/9


시험이 끝나고 청소와 종례를 한 후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지하철 역으로 나갔다. 생각보다 많은 열일곱 명의 아이들의 지하철 역에 나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정된 소풍지인 언더스탠드 에비뉴 www.understandavenue.com 로 향했다

이 곳은 내가 제안했던 곳으로 아이들이 제안한 여러 후보 장소와 함께 공평한 의사결정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선정한 곳으로 내가 강요하거나 권유한 곳이 아닌 말 그대로 제안만 했던 곳이다. 즐겁게 가는 소풍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색다른 즐거움과 의미를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였고, 아이들은 새로운 공간에 대한 신선함과 아기자기한 다양한 shop , 그리고 그 공간이 주는 의미들에 기대 이상으로 만족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인근 서울숲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우리는 CoWnDoG cowndog.com 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이들이 언더스탠드 에비뉴로 장소를 정한 뒤에 사실 내가 은밀하게 이곳에 입주해 있는 이우학교 연관 검색어란 타이틀이 붙은 1기 졸업생 정현이(이 아이들은 14기인데 1기 선배를 연관 검색을 통해 대부분 알고 있다)를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제안했던 곳이다. 이 역시 아이들에게는 '가고 싶은 사람만'의 원칙을 적용, 17명 중 9명과 오늘 소풍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진로교사 김주현 선생님과 그곳을 방문하였다.


설명보다는 보여주기 


너무나도 절망적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주는 불안감은 이미 17세의 청소년들을 감염시켰으며 그것은 이우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되는 나이', '대학을 꼭 가야 되는 것이 아닌 사회', '지식보다는 역량을', '하고 싶은 일에서의 재능을' 이러 이야기를 아무리 해봤자 아이들의 경험 수준에서는 오히려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의 '그래도 대학은'  ' 이 치열한 세상에서 경쟁력을'이란 말이 더 깊게 파고든다. 그래서 이우학교 연관 검색어^^인 정현이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우학교 연관 검색어 정현이 ^^ 한번 검색해보시길 

 카우앤 독이라는 coworkingspace로 향한 우리는  그곳 입주 기업인 wagl www.wagl.net 에서 일하는 정현이와 김주현 선생님의 인맥으로 카우앤독의 매니저의 안내 속에서 곳곳을 살펴볼 수 있었고  이 업계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한 명인 Sopoong www.sopoong.net 의 대표 '맥스'님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참 많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아이들에게  '사회를 올바르게 변혁시키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있다' '학벌보다는 역량이 우선인 세상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람과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곳 방문을 마친 후 서울대를 나온 정현이 현재의 삶과 소셜 벤쳐 투자사 대표와의 만남 속에 '그것'을 직접경험한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변화를 표정과 말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세상을 경험하며 지금 일어난 조금의 변화가 확신으로 바뀌고 그것이 아이들은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우리는 험난했던 소풍을 마쳤다.


https://youtu.be/bZz21xCuh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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