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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May 01. 2016

또라이들의 시대+소풍 후기 2

4월 30일

'똘끼'라는 말이 있다



똘끼라는 말이 있다.

매우 부정적으로 쓰이는 한편 때로는 한없는 긍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실 교사들도 이 말을 누군가에 대한 비공식적인 평가의 언어로 사용한다.


한때 우리는 개성과 똘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리고 '개성'이 강한 아이들을 선호하는 학교로 오해하는 지원자들로 인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똘끼' 혹은 '천차만별의 해석을 담은 개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조금씩 똘끼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페북이 성장하는 동안


'학벌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교사들의 언어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아직은 인정받지 못한다.(심지어 일부 동료 교사들에게도...) 말이 아니라 구체적 현장을 보여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불안 강도'를 조장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

이해한다 해도 다른 세계의 일이거나 혹은 한시적 경향으로 치부되기 일수다.


구글이 다음이나 네이버와 별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던 시대(지금도 그러한 사람은 많다), 페이스북이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대, 그리고 카카오가 공짜 문자 서비스 정도나 제공하는 회사로 인식되었던 시대에 만들어졌던 이우학교가 지금까지 운영되는 과정 속에서 구글이, 페북이 그리고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카카오가 이렇게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세상의 변화를 감지했고, 그때 시대의 교육을 선도했던 이우는 지금 어떠한가를 되물어봐도 여전히 우리는 삼성과 현대가 지배하는 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학교를 안정화시켰다고 만족해했고, 그리고 '불안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점차 이 사회에 보다 순응해가고, 너무나도 치열한 이 세상의 잔혹한 삶의 조건 속에서 그나마 전통적인 성공의 조건에 최적화시키는 것에 몰두해가며 그 파란만장한 10대 후반 아이들의 삶에서 '저항' '반항' '도전' 그리고 한 번쯤 부려볼 수 있는 '똘끼'를 빼앗아 갔다.


인맥, 학벌, 근면, 성실로 승부하는 모범생들의 시대는 끝났다


-<똘아이들의 시대> 본문 中


아마도 세상은 관습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곳을 바뀔 것이다. 균열을 일으키는 혁신가가 찬사를 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혁신이란 더 이상 첨단 IT 제품에서나 쓰이는 용어가 아니라 같은 행성에 사는 우리 인류의 심오한 욕구를 충족해 주기 위한 보편적 수단이 될 것이다. 심지어 범죄자들도 사회의 짐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지식을 '소비'하는 환경에 맞추기 위해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자신의 열정과 지식을 직접 계발하는 것이 진짜 공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확실히 해두자. 이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삐딱한 비주류 아이디어가 주류 문화로 흘러들고 있다.





Q. 성공한 창업자와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을까요?


A. 사실 이들은 창업자들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열정과 도전을 통해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둘은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 사람들은 기존 체제에 반대하고,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죠. 게다가 순탄치 않은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타격을 받아도 잘 회복합니다. 자기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계선까지 밀어붙이고, 시스템에 도전합니다. 물론 이런 특성이 창업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둘이 합쳐지면 그 결과는 폭발적일 것입니다.




해킹 문화는 새로운 직장 문화 형성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직장 문화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해커 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해킹은 뭔가를 새롭게 만들고 가능성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며, 자신들은 언제나 개선될 여지가 있으며 완결된 것은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회사 벽에 '완성된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끊임없이 다듬어야 한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서죠. 이것이 바로 해킹입니다.




Q. 하지만 모든 것이 해킹이나 복제에서 출발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A. 맞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도발'이죠. 도발은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아도, 심지어 답을 하나도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도록, 불만을 조장하고, 대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너무 결과를 의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과 관계가 명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상상하고 그것에 관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착한 마음밭에 희망을



지난번 소풍 때 언더스탠드 에비뉴와 카우앤 독의 일정으로 반소풍을 함께 가자는 제안에 진로교사인 김주현 선생님은 적극 환영을 해주었고 이우학교 연관 검색어 1기 정현이(^^) 또한 적극 도움을 주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날 환대 속에 많은 소셜 벤처들을 경험하였고, 소셜 벤처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한 명인 SOPOONG의 대표 '맥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날 나와 김주현 선생님과 맥스의 주된 농담은 '이우학교 정현이 서울대 가다'였다.


그러한 농담에 정현이는 아이들에게 솔직히 재수까지 해서 서울대에 간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에 대해 정현이가 그 이유를 설명했고, 나의 해석으로 설명하자면 '재수까지 선택에서 서울대를 가려했던 그 과정,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이 사회가 던지는 그리고 자기가 가져왔던 서울대생으로서의 자의식이 결국 주체적인 삶의 선택을 주저하게했다. 지금 정치 벤처라는 그다지 안정된 삶을 보장받거나 좋은 보수를 받지 못하는 곳에서 근무하지만 너무나 만족하고 있고 그러한 서울대생으로서의 자의식이 이곳에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방해를 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이 새계의 역동성이나 '맥스'라는 인물의 대단함(?)은 잘 모르겠지만 이 날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해주었던 경험에서 정말 뿌듯했던 것은 설명이 아닌 구체적 '공간'과 '인물'을 보여주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보수나 조건을 떠나 너무나도 따듯했던 이곳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열정과 가치 그리고 따듯한 세상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난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낭만과 이상이 서로 교차하고 혼돈되는 '가혹한 대한민국의 현실적 조건(이것도 난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낭만이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과  혹은 불안함에서 선택한 현실회피적인 '낭만적 전원생활'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가치 있는 새로운 도시 생활의 조건'을 찾아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난 '설명'보다는, '회피' 보다는, '두려움에 선택한 경쟁' 보다는, '보다 인간적이고 가치 있고 행복한 도시의 공간과 도시인'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김주현 선생님과 정현이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난 여전히  '두려워하고' '주저하고' '순종적이고 착하기만 한'  우리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했고, 그러한 내게 김주현 선생님은 '그래도 그 아이들의 착한 마음의 밭'을 믿고 '착하기만 한' 것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 아이들의 그 착한 마음 밭'에서 시작하자는 말을 해주었다


'장점이 많은 아이이기보다 강점이 도드라지는 아이'를 강조했던 내가 잠시 내가 가진 불안감에  아이들의 강점을 무시하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행복한 사람이 되기'의 시작을 '착하기만 한 아이들'이라는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서 '착한 마음의 밭을 가진 아이들'로부터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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