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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May 15. 2016

다시 오월 그리고 광주


2013년 오월. 약 70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틀간의 광주 답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망월동에서 참배를 하였다. 그곳 어느 한 묘지 옆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뿌리며, 누웠다, 앉았다, 울었다, 웃었다 하는  언제부터 거기에 계셨는지 모를 한분을 지켜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누군가에는 아무리 그 의미를 부여해도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누군가에는 여전히 자신의 삶 속에 남아있는 현재였다. 서슬 퍼런 시대를 비껴나 고통 없이 살았던 내 삶에서 그날 난 망월동 비석의 수만큼의 부채를 짊어지고 돌아왔다.      

그렇게 난 해마다 5월이 되면 그리고 언제가 부터는 4월이 되면,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회복되지 못한 아픈 역사를 가진 이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에 성찰과 반성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우에서의 오월


이우학교에서는 매년 5월 한 주간 ‘인권생태주간’을 연다. 5.18을 기점으로 나와 우리의 인권을 다시금 되돌아보자는 의미이다. 인권동아리의 ‘아우름’이 주도하는 행사로, 매년마다 행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교사들은 계기수업을 준비하며 참여한다. 보통 역사교인 나 혼자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수업을 하거나, 때로는 사회과 선생님이나 국어과 선생님, 때로는 정보 선생님과 함께 통합수업을 하기도 한다. 2011년에는 역사교사인 나와 당시 교장직을 맡고 계셨던 사회과 이수광 선생님 그리고 정보 김주현 선생님 함께 <80년의 봄 그리고 2011년>-<광주항쟁 정신을 어떻게 계승ㆍ부활시킨 것인가>-<미디어의 변화와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통합수업을 진행하였다.



 첫 시간에 5.18에 대한 이해와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 이후 시민의 역할과 시민 사회의 저항권에 대한 수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2011년 봄에 일어난 중동과 아프리카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의 SNS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가 미친 영향을 바탕으로 미디어와 민주주의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광주민중항쟁이란 사건을 그저 역사 속에 가두어두기 보다는 현재의 우리의 삶에 그리고 새롭게 변화된 세상에서 그 의미를 되살리고자 한 수업이었다.      


다시 오월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 중     


 인권주간의 행사를 진행하는 아이들의 기획력의 부족과 교사들의 무관심 속에서 인권주간의 계기수업은 2013년을 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2012년 졸업생과 재학생 40여 명, 2013년 재학생 70여명이 함께했던 오월 광주답사마저도 2013년을 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는 내가 주도해서라도 가보려 홍보를 했음에도 단 한명의 신청자가 나오지 않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아이들의 성향’으로도 분석해보고, ‘이우의 교육력’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으나, ‘시대가 그리고 사람이 변해도 지켜내야 할 가치’에 대한 고민이 가장 먼저 앞섰다.

 올해도 역시 ‘아우름’의 아이들로부터 답사나 수업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교사인 우리가 먼저 나서더라도 점점 퇴색되어지는 5월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나섰다. 사회과 교사이자 올해 처음으로 아우름 담당교사를 맡은 김진희 선생님을 중심으로 교사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제안을 하였고 5.18 역사수업과 4개의 계기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난 5,18 역사수업과 계기수업 한 꼭지를 맡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4.16 교육체제’를 다루어 보기로 했다.      


 힘으로 짓밟힌 광주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고 그리고 그것은 용산에서 다시 팽목에서  되살아나 여전히 사람들의 삶을 훼손하고 고립시키고 있다.

 역사란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학문이다. 기억의 공유를 통해 존재의 동일성을 확보하는 학문이다. 결국 기억이 그리고 망각이 사람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거라면 기억과 망각은 우리의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나의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어느 특정 집단은 우리의 기억을 조작해낼 수 있고 우리에게 공유시킬 수 있다. 그러한 대단한 능력은 공교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발현이 된다. 결국 우리는 그 조작된 기억과 망각의 틀을 벗어나는 빨간약 먹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건 학생들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먼저 각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와 우리는 5월의 의미를 다시 각성하고자 한다. 그 각성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올바른 가치로 전달되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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