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토일
이제 막 달력을 읽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작은 혼란에 빠졌다. 대부분의 달력이 일요일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월화수목금토? 영 어색했다. 아무리 여러 번 중얼거려봐도 '월화수목금토일'이 입에 착 붙었다. 그게 더 익숙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일요일로 시작하는 달력의 균형감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빨갛고 파란 숫자들 사이에 가지런히 담긴 까만 숫자들이 안정감 있어 보였다.
이 일관성 없는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게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은 어른은 없었다. 어린이의 질문은 어딘가에 묻혀버렸고 그 어린이는 일관성 없는 관습을 되풀이하는 어른이 되었다. 한 주를 '월화수목금토일'이라고 읊으면서도 '일월화수목금토' 순으로 적혀있는 달력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그저 그런 어른 말이다.
돌고 도는 매일, 돌고 도는 일주일, 돌고 도는 한 달과 한 해. 제자리를 도는 듯 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 속에서, 그것들의 매 시작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한다. 시작은 끝을 전제하는 말이고, 그런 시간적 구성은 우리를 익사하지 않게 하는 것 같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듯한 인생을 기여코 살아내게 만드는 것 같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견디면 끝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시작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하면서. 그러니까 시간적 의미의 시작은 어쩌면 속임수일지도 모르겠다. 노동을, 사랑을, 삶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짓궂은 속임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