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길어졌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시간이면 밖이 깜깜했는데, 오늘은 아니다.
아이들은 시계 읽는 법을 모르고, 저녁식사는 늦어진다.
아직 해가지지 않았으니 저녁시간이 아니라고 우긴다.
봄이 오면 해가 점점 늦게 지기 시작한다고 차분히 설명하는데, 예의 그 “왜요?”가 튀어나온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명해야 하나, 하는 찰나, 시계도 못 읽는 애들에게 지구과학이 웬 말인가 싶다.
차라리 시계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 빠르겠다.
그게 뭐가 됐든, 지금은 뭔가를 가르칠 타이밍이 아니다.
해님이 따뜻한 날을 좋아해서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리며 아이들을 식탁에 앉힌다.
지구는 기우뚱 자전하며 태양 주변을 돌고, 시계는 째깍째깍 쉬지 않고 움직이고, 내 육퇴 시간은 다가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