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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과 일력

by 테레사

어느 독립서점에서 보내준 탁상 달력 하나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새 달력을 들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걸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지를 생각하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달력 이야기를 꺼내니 어릴 적 집안에 걸려 있던 일력이 떠오른다.

그때의 일력은 지금 내 책상 위 달력에 비해 그 존재감이 대단했다.

적혀있는 숫자의 두께와 크기가 압도적이기도 했고 매일매일 한 장씩 떼어내야 하는 수고도 들었다.

자꾸 손이 가는 것은 번거롭지만 또 그만큼 마음이 가는 법.

떼어낸 종이 위에, 어린 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쌓여갈수록 일력은 얇아져 가고....

그렇게 부모님은 세월을 실감했겠지.


달력이나 일력 대신 스마트폰을 보는 지금의 나는, 세월이 어찌 흐르는지도 모른 채,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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