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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레사 Jan 28. 2024

나와 너를 지키는 대화

나와 너를 존중하기

최근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기분 상할 일이 좀 있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표현을 해놓고는 후회했다. 그냥 참고 넘어갈걸, 그냥 웃으며 넘길걸,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걸. 걸걸걸.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싫은 티를 또 냈을게 뻔하다. 태어나기를 감정 숨기는 걸 잘 못하게 태어나기도 한 데다가, 노력한답시고 그동안 상대의 나쁜 대화습관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참고 견뎌왔다. 그러다 더 이상은 참아줄 수가 없는 순간이 온 것이다.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했나를 돌아본다.

1) 자꾸 내 말을 끊는 것: 이것은 분명 무례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혹시 내가 너무 내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2) 내 의견을 너무 강하게 받아치는 것: 이것은 분명 나를 무안하게 만든 반응이기는 하지만 혹시 내가 주제넘은 조언이나 아는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3) 나를 자꾸 가르치려 드는 것: 이것은 분명 불쾌한 태도이기는 하지만 혹시 내가 너무 교만한 것은 아닐까?

4) 나를 대상으로 하는, 웃기지는 않고 살짝 기분만 상하는 농담을 던지는 것: 이것은 분명 선 넘는 실수이기는 하지만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사실 진짜 문제는 내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검열이 시작됐다.


답을 찾기 위해 대화에 관한 여러 가지 강의를 찾아 들어봤는데, 결국은 인간관계와 심리학 강의로 이어졌다. 몇 가지 내게 도움이 되는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0) 대화는 존중이 기본이다.

1) 내 감정 자체는 진실이다. 부정할 필요가 없다. 기분이 나빴다면 나쁠만해서 나빴던 것이다. 하지만 꼭 상대에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2) '저 사람 왜 저래?'에서 '나는 왜 저 사람의 그런 점이 불쾌한가?'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게 나 자신의 성숙을 위해 더 좋다. 이건 잘 실천하고 있는 듯해서 안심했다.

3) 어떤 사람의 특정한 언행이나 태도가 싫은 데에는 과거를 파헤쳐 보면 분명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권위적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나를 무시하고 억누르려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경계한다. 내 말을 자꾸 끊거나 본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을 특히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도 사춘기시절 죽도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4) 상대가 내 기분을 상하게 한 순간, 너무 당황해서, 분위기를 망칠까 봐, 예민하단 소리를 들을까 봐, 혹은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겁이 나서 그냥 웃어넘기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상대가 단순히 실수한 것 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된다면 꼭 짚어 줘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는 "쟤는 이렇게 해도 되는 사람이야"라고 인식하고 습관적으로 그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은 아니지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5)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고 참다 보면 결국 그 감정은 새어 나오게 되어 있다. 눈빛, 표정, 말투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씩 흘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영문을 모르는 상대에게는 내가 이상해 보일 것이고 관계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관계에 아직 희망을 걸고 있다면, 혹은 피할 수 없는 관계라면 내 불쾌함을 솔직하게 전달해야 한다.

6) 말을 자주 끊어먹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들: 아직 내 얘기 안 끝났거든? / 지금 제가 말하는 중인데 끝까지 말해도 될까요? / 네 말을 하고 싶으면 내 말을 끝까지 들은 다음에 해줄래?

7) 무례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대응: 무표정으로 침묵하며 3초 쳐다보기(보통 사람이라면 움찔한다) / 그게 무슨 의미야? 하고 되묻기 / 묘하게 돌려 까는 사람에게는 '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8) 대처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위의 3) 번의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그래야 대화중 불쾌함을 느끼는 순간, 상황파악이 잘된다. 상황파악을 잘해야 대응해야 할 때 대응할 수 있고, 감정을 절제해야 할 때 절제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까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사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끊어버리는 게 제일 간단하고 쉽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상대에게는 이런 단점도 있지만 수많은 장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니까. 지금 이 상황을 관계 끊기로 피해버린다고 해도 다음에 분명 또 이런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사람은 각각 다 다르기에, 갈등 없이 살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그 갈등에 점점 더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갈 수는 있다.


대화뿐 아니라 관계에 있어 서로 존중은 기본이다. 너무 자주 들어서 진부한 말이지만 이걸 머리로만 아는 사람들이 많다. 대화 전, 중, 후에 자주 돌아봐야겠다. 정작 나는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사람인지, 상대의 감정과 이야기를 함부로 판단/평가하지는 않는지, 너무 내 이야기만 쏟아내지는 않는지, 대화를 이기고 지는 승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는지, 대화를 통해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건 아닌지, 내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그렇게 하면서 더 성숙하고 호감 가는 사람으로, 나 자신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박재연 소장님, 이헌주 교수님, 김경일 교수님, 정우열 정신과전문의님, 차희연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배웠습니다. 필요하신 모든 분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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