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오지라퍼 천국
대한민국의 오지라퍼 천국은 아무래도 맘카페 아닐까. 우리 어머니들의 오지랖 유전자는 어디 가지 못해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전해졌고.... 생활패턴 및 주거환경이 바뀌면서 어머니 세대가 동네에서 부리던 오지랖을 우리 세대는 맘카페에서 마음껏 펼쳐 보인다. 어차피 얼굴도 안 보이니까 더욱더 당당하게! 좀 더 적극적으로!
임신과 함께 많은 여성들은 맘카페에 의지하기 시작한다. 내 몸에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와 아이의 안녕이 궁금한 엄마들은 선배 및 동기들이 가득한 맘 카페라는 광장에 모여드는 것이다. 별의별 질문과 답변들이 오가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광장으로.
"임신 중기 들어서면서 자꾸 배 근처가 가려운데, 이거 정상인가요?"
↳"그거 임신 소양증이에요. 저도 고생 중이에요ㅠ 소양증에 좋다는 크림이 몇 개 있던데 한번 알아보세요. A사 제품이랑 C사 제품이 유명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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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첫 똥 쌀 때 많이 아픈가요? 무서워요 ㅎㄷㄷ"
↳"미역국 많이 드세요. 그 덕에 저는 수월했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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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아이 열이 많이 나요. 은평구에 일요일 진료 보는 소아과 있나요?"
↳ "OO동에 365 병원 새로 생겼어요. 소아과 진료도 봅니다. 전화해 보시고 방문하세요. 전화번호는 000-0000"
지인도 아니고, 사례비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회원들은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공유한다. 알고 있는 정보를 아낌없이 퍼준다.
"이마트 XX점에서 아동내복 세일하는데 질도 좋고 가격도 정말 착해요.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가셔서 득템 하세요!"
시댁 흉을 보거나 신세 한탄 하는 글에도 공감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토닥토닥. 맘님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보여요. 어서 털어 버리시길...!"
살림과 육아는 월급도 없지만 동기(아주 가까운 동기가 딱 하나 있기는 하다. 나와 똑같은 수준으로 살림과 육아에 무지한 남편)나 선후배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맘카페에 다 모여 계셨다. 회사 동료들과 막히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가끔은 상사 흉을 보기도 하듯이, 엄마들은 맘카페에서 그 필요를 충족한다. 나 또한 맘카페의 오지라퍼 덕을 많이 봤다. 임신 중 남들에게 말 못 할 증상이 생기면 먼저 맘카페에 들어가 비슷한 사례들을 검색했다. 아이 수술을 앞두고 명의를 찾는 일도 맘카페를 통해서였다. 여전히 나는 맘카페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하며 괜찮은 솔루션을 찾기도 한다. 당연히 가끔은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고!(기브 앤 테이크!)
어느 모임에나 이상한 사람은 꼭 있다. 맘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런 이야기를 더 퍼 나르게 마련. 그 결과 세상은 맘카페에게 '맘충', '자영업 망하게 하는 진원지'와 같은 억울한 낙인을 찍었다. 알고 보면 순기능이 훨씬 더 많은데, 너무 억울하다. 내게 맘카페는 서로를 보듬어 주는 여성들이 모인 광장이다. 착한 오지라퍼들이 활동하는 천국이다. 맘카페가 그 억울한 오명을 하루속히 벗어버릴 수 있길!